# 울산에 거주하는 최 모(남)씨는 기아 K7 고장으로 대리점에 수리에 필요한 등속 조인트 등 부품을 구매하러 갔으나 재고가 없어 두 달째 기다리는 중이다. 최 씨는 "수리에 꼭 필요한 부품인데 도통 구할 수가 없다. 기약이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기다리라'는 말뿐이니 애가 탄다"고 호소했다.
# 부산 수영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KG모빌리티 뷰티풀 코란도 차량의 냉각수 리저브 탱크가 파손돼 수리까지 3개월 넘게 걸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서비스센터에 수리 차량을 입고했으나 "부품 재고가 없어 수리해 줄 수 없으니 정 급하면 폐차장에서 구해보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3개월 기다린 끝에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며 기막혀했다.
#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한국지엠 쉐보레 차량에 문제가 생겨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수리기사는 차량 부품에 결함이 있다며 발주를 위해 부품가의 10%를 선결제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서비스센터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하자 곧 연락준다는 답을 받았으나 일주일째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이 씨는 "한 달이 지나도록 수리에 대한 어떤 안내도 받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 충남 세종시에 사는 안 모(남)씨는 지난해 7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운행하던 중 문제가 발생해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다. 곧 수리가 될 줄 알았으나 부품 수급 지연으로 두 달간 차량을 이용하지 못했다고. 안 씨는 "지난해 3월 차량을 구매하고 4개월 만에 센터에 수리를 맡긴 뒤 부품이 없어서 2개월 간 센터에 입고해 놓은 상태다"라며 억울해했다.
# 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백 모(남)씨는 2020년식 아우디 A7모델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등 고장으로 지난해 11월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당시 수리기사로부터 "국내에 부품이 없어 3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백 씨는 "센터에 호소해서인지 한 달 여 만에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차량이 없어 서울에서 양평까지 출퇴근으로 고생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산차, 수입차 브랜드 할 것 없이 차량 부품 수급이 안돼 수리가 지연되는 상황이 빈번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신차부터 구매한 지 3, 4년 안팎의 오래되지 않은 차량들도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소비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수요가 높은 부품은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나 고장이 덜한 부품의 경우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직영서비스센터가 아닌 소규모의 협력 서비스센터에서 발생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자동차관리법상에도 '센터 입고 후 수리가 언제까지 완료돼야 한다' '부품 신청 후 수급 기한일' 등이 규정으로 명문화돼 있지 않아 마냥 수리가 늘어져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부품 없어 택시 휴업, 출퇴근 불편에도 보상 전무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수리 기간이 지연될 경우 한 달 정도인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수 일간 영업을 하지 못해 생계를 위협받기도 했고, 장거리 출퇴근이나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차량 수리가 늦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완성차 브랜드는 하나같이 부품 수급 문제로 수리가 지연되더라도 소비자에게 교통비 등 별도 보상책은 마련하고 있지 않았다. 오롯이 소비자가 모든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셈이다.
완성차나 차량 부품 업계는 부품 수급이 지연되는 명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공통적으로 재고 우려로 사용 빈도가 낮은 부품을 다량 확보해놓지 않아 발생하는 일부의 일로 판단했다.
국산차 업체는 “직영 서비스센터는 몇 곳 되지 않고,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협력점은 재고 우려로 부품을 최소한으로만 확보하는 게 대부분이라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며 “중요 거점이 많지 않아 고장이 덜한 부품의 경우 조달해 오는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부품을 대량으로 구비할 수 없다. 소비가 많은 부품의 경우 재고량이 많지만 희귀 부품은 재고도 소량일 수밖에 없어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에게 원활히 부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자동차 부품 보유기간에 대해 구매일로부터 8년으로 정해두고 있다. 다만 부품 수급 문제로 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해서는 아무런 기준이 없다. 자동차관리법에서도 이같은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가전 품목은 '품질 보증 기간 이내에 소비자가 제품 수리를 의뢰한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제품을 인도하지 못하면 같은 종류의 물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야 한다'고 기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국토교통부 측은 “정책적으로 제조사에서 최종 판매한 일자를 기준으로 8년까지는 부품을 공급하라고 돼 있다”면서도 “자동차관리법에 '부품 수급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규정은 명시돼 있지 않아 이같은 사례에 대해 행정적인 제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수 소비자들이 수리 지연 피해를 호소하면 제조사와 면담을 통해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품 수급 지연으로 제조사에 법적 제재를 가할 순 없지만 제조사와 면담을 통해 협력업체를 좀 더 빨리 알아보고 대응하도록 하며, 재고가 있는 경우에는 지역별로 잘 배분해서 부품 수급을 차질없이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양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