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지난해 부당대출, 임직원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로 촉발된 대형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내부통제 관련 주요 임원들이 경질되고 은행장 연임이 불발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다만 내부통제 총괄 업무를 맡은 상임감사는 연임이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양현근 현 상임감사를 1년 임기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양 감사는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으로 지난 2023년 우리은행 상임감사로 선임된 바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달 금감원에서 발표한 우리은행 부당대출 의심 규모는 총 101건, 2334억 원으로 국내 은행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규모도 730억 원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임종룡 현 회장 취임 후 취급된 부당대출 규모도 451억 원에 이른다. 양 감사는 임 회장과 같은 시기인 2023년 3월에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지난해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내부통제 업무를 책임지는 박구진 준법감시인을 교체했고 조병규 전 행장도 지난해 11월 연임 포기를 밝히며 용퇴하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도 이어졌다.
연이은 사고로 인한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으면서 생명보험사 인수 등 그룹 주요 현안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측은 이러한 시점에 감사업무의 총 책임자인 상임감사는 임기가 연장되어 내부통제 체계를 점검할 적임자로 결정되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꼭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조직 파악에도 시간이 걸리고 현재 내부통제 관련 시스템도 지속 고치고 있다. 기존에 회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끝까지 책임지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차원”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대관업무' 비중이 높은 은행 상임감사에 금감원 출신 올드보이(OB)들을 선임하는 은행들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작년 말 각각 금감원 OB 이성재·김철웅 상임감사를 신규 선임했고 하나은행 역시 이 달 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금감원 출신 민병진 감사를 연임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업무를 수 십년간 역임한 감독업무 전문가라는 특성을 감안해 전문성을 근거로 선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 재직 중에도 주요 은행에서 임직원 횡령, 부당대출 사고 등 내부통제 사고가 빈발하면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