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만(대표 크리스천 소봇카)의 디지털 콕핏 시장점유율은 2020년 27.5%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25%, 2022년 17.9%, 2023년 16.5%에 이어 지난해는 12.5%까지 떨어지며 5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생산 실적뿐만 아니라 생산능력 자체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능력과 생산실적이 덩달아 감소한 건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영향으로 보인다"면서 "아무래도 디지털 콕핏이 전기차에 많이 쓰이다 보니 수요가 줄어들면서 함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디지털 콕핏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전장 부품으로 하만의 주요 생산 제품이다. 최근 자율주행 등 전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콕핏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를 인지하고 지난 2017년부터 하만 인수를 추진,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선제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4년간 가동률은 △2021년 76% △2022년 74% △2023년 70% △2024년 68% 등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 하만의 생산능력은 852만 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1125만 대) 대비 24.3% 감소했다. 생산실적 역시 30% 줄어든 581만 대에 그쳤다.
시장점유율 하락이 당장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만은 지난해 매출 14조2749억 원, 영업이익 1조3076억 원으로 인수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디지털 콕핏 등 차량 내 경험 관련 시장 규모가 2022년 470억 달러(약 61조 원)에서 2028년 850억 달러(약 110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점유율 급락이 하만에게 커다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하락은 고객사들의 공급처 다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하만의 주요 고객사였던 폭스바겐, BMW, 벤츠, 볼보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인포테인먼트 개발사 이카엑스(Ecarx)와 협력해 디지털 콕핏 솔루션을 공급받기로 했다.
벤츠 역시 지난해 8월 중국 IT기업 바이트댄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기능을 적용한 스마트 콕핏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아예 디지털 콕핏을 자체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시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21년에는 미국 V2X(차량·사물 간 통신) 솔루션업체 사바리(Savari)를, 2022년에는 증강현실(AR) 소프트웨어 기업 아포스테라(Apostera)를 인수했다.
또한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삼성전자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산하 전장사업팀을 ‘하만 협력팀’으로 변경하는 등 전장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