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대상, 동서는 3세 승계율이 50% 이상이다. 지배지분 자산이 자녀세대로 절반 이상 넘어간 상태이다.
다만, 후계구도는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다. 대상과 동서는 후계구도가 사실상 정해진 반면, SPC는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 형제간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다.
지난 5년간 직위가 높아진 3세들은 모두 고위 임원으로 경영수업 중이며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이 맡고 있는 영역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3세 입장에서는 회장님들이 모두 76세로 고령이라 빠르게 능력을 입증하고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힐 필요가 있다.
직계 일가의 지배지분 가치는 동서 1조1858억 원, SPC 3700억 원, 대상 2907억 원이다.
5년 전에 비해 동서와 대상은 60% 이상 증가한 반면 SPC는 30%가량 감소했다.
대상그룹은 3세의 승계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지분 승계가 마무리 단계다.
임창욱 회장의 차녀 임상민 부사장이 55.4%로 사실상 후계구도를 확정지은 상태다. 5년 전과 비교해도 3.5%포인트 높아졌다. 임 부사장이 등기임원으로서 전략담당, 임세령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마케팅 담당을 하며 자매간 시너지를 내는 모양새다.

임 부사장은 대상그룹의 경영효율화와 해외사업 확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2023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임정배 대표 체제에서 착실하게 후계구도를 밟아가고 있다.
임 부사장은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를 알리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김치 공장을 준공하고 현재 연간 약 2000톤을 생산 중이다. 유럽에서는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폴란드 크라쿠프에 김치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크라쿠프 공장의 연간 생산량 목표는 3000톤에 달한다.
K-김치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도 임 부사장의 승진과 함께 진행됐다. 임 부회장이 마케팅담당으로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대상은 매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김치 요리대회 '종가 김치 쿡 오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로 꼽히는 '르 꼬르동 블루'와 함께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 진행했고, 10월에는 미국 뉴욕의 요리학교 ICE 와 함께 진행했다.
2023년에는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약 3주간 김치 팝업을 운영해 관광객 5000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이러한 마케팅의 결과 캠페인 익스피리언스 어워즈에서 팝업 익스피리언스, 익스히비션 익스피리언스, 푸드 익스피리언스 3개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오푸드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중심으로 미국 LA와 뉴욕에서 한국 길거리 음식을 컨셉으로 한 JO'분식 푸드트럭 캠페인을 진행했다. SNS 팔로워가 100만 명이 넘는 유명 셰프 로브 리와 협업해 김치를 활용한 다양한 K-푸드 컬레버레이션 메뉴 4종, 한국 대표 분식 메뉴 2종을 선보였다. JO'분식 콜라보를 통해 미국 외에도 멕시코, 유럽, 중국, 인도 등 다양한 지역의 현지인 6000여 명이 K-푸드 메뉴를 체험했다.

자매가 힘주고 있는 해외사업의 매출 비중이 2019년 30%에서 지난해 말 34%로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앞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과제다.
허영인 회장의 나이가 70대 중반을 넘어선 SPC 역시 후계수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자녀세대로 승계율이 50.3%에서 56.7%로 높아지며 50%대에 안정적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 5년간 허 회장 장남인 허진수 사장의 승계율이 눈에 띄게 올랐다. 허 부사장의 승계율은 그대로다.
다만 SPC그룹의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은 여전히 허 회장(63.3%)이 최대주주다. 허진수 사장 20.3%, 허희수 부사장 12.8%로 후계자 결정은 허 회장 결정에 달렸다.

허 사장은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태국과 브루나이, 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에 진출을 위한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성사시켰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는 글로벌 할랄인증을 받은 제빵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조호르바루 공장은 지난 2월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미국시장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확장에 나서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해 8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4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 컨벤션에 참석해 가맹점 파트너들과 소통했다. 허 사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소통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 영토 확장은 성과를 냈다. 허 사장이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한 지난 2022년 파리바게뜨의 해외 매장 수는 455개였다. 2025년 4월 첫째 주에는 640개로 40%가 넘게 늘었다. 중국의 매장이 345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209개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허 사장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참석하는 등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허희수 부사장은 2021년 SPC그룹으로 돌아와 비알코리아의 전략총괄 임원을 맡는 한편 SPC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허 부사장은 SK텔레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AI기술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SKT의 AI기술을 통해 해피포인트 애플리케이션에서 음성으로만 주문과 결제가 가능하게 하거나 고객 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지난해 7월에는 구글과 협업해 개발한 베스킨라빈스 신메뉴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를 공개했다. 구글의 AI인 '제미나이'에게 수십개의 질문을 주고 답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개발했다. 앞서 2월에는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매장 오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출시 전 새로운 맛 등을 먼저 공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를 개점하면서 챗GPT를 활용해 첫 AI 메뉴 '오렌지 얼그레이'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지난해 개점한 콘셉트 매장 ‘던킨 원더스 청담’에서는 AI를 활용해 이색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AI 랩(LAB)’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 허 사장은 파리크라상 지분이 20.33%로 허 부사장(12.82%)보다 크게 높다. SPC삼립 역시 허 사 장이 16.31%, 허 부사장이 11.94%다.
동서그룹은 지난 5년 사이 3세 승계율이 50%를 넘어섰다.
특히 김상헌 고문의 장남 김종희 부사장 승계율은 30.1%에서 34.6%로 후계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
다만 지주사인 동서의 지분 관계는 여전히 복잡한 상황이다. 김상헌 고문의 지분율은 16.2%, 동생인 김석수 전 회장의 지분은 17.4%로 김석수 전 회장이 더 많다. 김종희 부사장의 지분은 14.6%다. 이 외에는 4%를 넘기는 주주가 없어 김종희 부사장으로 승계의 추가 기울어 있다.

동서는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전 회장의 형제경영이 저물고 지난해부터 김 회장 장남인 김종희 부사장 체제가 마련되는 모습이다. 김 부사장 입장에서는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동서 매출은 최근 10년간 5000억 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영업이익률도 7~9% 사이에서 변화가 크지 않다.
김 전 회장의 장남 김동욱(36)‧차남 현준(33) 씨는 경영에 참여한 적 없다. 두 형제의 보유 지분가치는 약 1600억 원으로 김 부사장(410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다.
김종희 부사장은 지난 2023년 초 지주사인 (주)동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