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식품사 가운데 오리온과 오뚜기는 창업 3세 승계작업이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편이다. 오너 일가의 보유지분 가운데 3세에게 승계된 자산의 비율이 10% 초반에 불과한데다 최근 5년새 큰 변화도 없다.
김남정 회장으로 승계가 완료된 동원과 남승우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풀무원은 5년간 지분 변화가 없다.
직계 일가의 지배지분 가치는 동원그룹이 1조508억 원으로 132.9% 증가했다. 오리온은 3.8% 감소한 9416억 원, 오뚜기는 20.9% 감소한 4934억 원이다. 풀무원은 3457억 원으로 38.7% 증가했다.

담서원 전무 등 3세의 승계율 변화도 5년 간 1.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담 전무와 담경선 이사장은 그룹 지주사 오리온홀딩스 지분율이 각각 1.2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년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없다.

담 전무는 5년 사이 그룹에서 본격적인 후계 수업에 나섰다.
미국 뉴욕대학교를 졸업한 뒤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담 전무는 이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오리온그룹에 입사한 것은 2021년.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2022년 12월 상무, 지난해 말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2023년부터는 오리온의 전사적 관리시스템(ERP) 구축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입지는 빠르게 키워가고 있지만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은 담 전무 입장에서 입증해야 할 과제다.

오뚜기 역시 3세 승계율이 10% 초반대로 낮다. 5년 전에 비해 상승폭이 2.4%포인트에 그친다.
다만 오리온과 달리 함영준 회장이 66세로 젊은 편이고, 함 씨 일가의 문화를 봐서도 승계가 당장 급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윤식 차장은 지난 2021년 오뚜기에 사원으로 입사해 현재는 경영관리부문에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학력과 커리어 등이 알려진 게 없다.

함연지 매니저는 오뚜기에 입사하기 전 배우 생활과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당시 함 회장이 유튜브에 자주 얼굴을 비추며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함 매니저는 2023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식을 해외에 알리는 것에 큰 소명의식이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
오뚜기의 경우 3세들이 초고속 승진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실제 함 회장 역시 입사 후 22년이 지나서야 임원이 됐다. 함 회장은 지난 1977년 오뚜기에 입사한 뒤 1999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다.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했고, 또다시 10년이 지난 2010년 3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오뚜기 최대 주주가 된 것은 다시 6년이 지난 2016년의 일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22년 11월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동원산업의 최대주주가 됐다. 김 회장은 당시 동원엔터프라이즈에만 지분 68.27%를 가지고 있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동원은 이제 기존 시장의 룰을 새로 쓰는 게임체인저가 돼야 한다”며 “인재의 기준도 변화해야 한다. 어제 하던 일을 반복하는 사람은 더 이상 우리의 인재가 아니다”라며 자신 만의 경영철학을 선보였다.
실제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인 엠케이씨(MKC)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첨단소재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4년부터 그가 주도한 인수합병(M&A)과 기술 투자만 10건에 이른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찬 씨는 25세에 불과하고 또 다른 자녀들인 김나연 씨, 김동연 씨 등은 모두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김 회장이 동원그룹에 입사한 1998년 당시 나이가 25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남 김동찬 씨는 조만간 동원그룹에 입사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나온다.

남 의장은 만 65세를 맞은 지난 2017년까지만 근무한 뒤 전문경영인인 이효율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풀무원재단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장남 남성윤 씨는 미국법인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풀무원의 설명이다. 남 본부장은 5년 사이 마케팅팀장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승진했지만 아직까지 임원은 아니다.
풀무원 관계자는 “2세의 경영권 승계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