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되자마자 유상감자로 대규모 자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한 것이다. 차입매수 후 알짜자산 매각 등으로 홈플러스 사태를 유발해 눈총을 사고 있는 MBK가 인수 기업의 재무 상황이나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금 회수에 몰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금 상기되는 장면이다.
14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선혜지와이의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1498억 원으로 1년 만에 64.1% 감소했다.
2746억 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한 여파다. 유상감자는 자본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걸 말한다. 일종의 주주환원이라는 점에서 당장 주주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 입장에서는 부실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자본총계 감소로 조선혜지와이 부채비율은 1600.3%에 달한다. 2023년 말 505.9%에서 1094%포인트나 악화됐다.
특히 유상감자는 지난해 7월 초에 이뤄졌다. MBK가 조선혜지와이 지분 71.6%를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다.
MBK가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MBK 인사들로 이사회 구성원이 바뀌자마자 유상감자로 약 2000억 원을 회수한 셈이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도 1819억 원에서 461억 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조선혜지와이는 영업이익이 634억 원으로 18.8% 감소했다. 게다가 순이익은 2023년 231억 원에서 지난해는 6억 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유상감자가 회사 재무 사정과 무관하게 주주들의 이익만을 위해 이뤄졌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오영 측은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 원인은 인천스마트물류센터 건립과 IFRS로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역기저 효과로 인한 것”이라며 “실적은 MBK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MBK가 인수한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금 회수에 나선 장면은 최근 홈플러스 사태를 제외하고도 빈번하다.
2023년 MBK가 인수한 메디트는 2년 연속 적자에도 지난해 최대주주인 디지털덴티스트리솔루션홀딩스(MBK 소유 법인)에 약 900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23년 MBK가 인수한 오스템임플란트도 지난달 MBK 소유 법인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 892억 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 당기순이익은 5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5%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사모펀드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는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인수한 기업의 유동성이나 재무구조, 실적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단행하는 배당과 유상감자는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