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대기업집단에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LIG, 대광, 사조, 빗썸, 유코카캐리어스 등 신흥 기업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새롭게 지정되며 재계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대외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방산·가상자산·해운업이 빛을 봤다.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총 92개로, 지난해보다 4개 늘었다. 공정위 규제 아래 들어간 이들 기업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경영이 더욱 요구된다. 주요 신규 지정 기업들의 성장 배경과 경영 현안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1999년 LG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금융 사고로 존폐 위기를 겪었던 LIG그룹이 방위산업 특수를 바탕으로 재도약에 성공하며 2025년 대기업집단으로 첫 지정됐다.
LIG그룹은 방산기업 LIG넥스원(대표 김지찬)을 주력으로 3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상장사는 LIG넥스원과 통신장비 제조업체 이노와이어리스 등 2곳이다.
2024년 LIG넥스원 매출은 3조2763억 원, 영업이익은 2298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9076억 원, 영업이익 113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9%, 영업이익은 69.6%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공정위가 산정한 총자산은 7조1090억 원이고 재계 순위는 71위다.

◆ 금융사고로 존폐 위기 겪었던 LIG그룹, ‘방산 명가’로 재도약
LIG그룹은 2010년까지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우며 그룹 매출이 13조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2004년 LG이노텍의 시스템사업부를 인수하며 방산업에 진출했고, 2006년 건영과 SC한보건설을 인수해 LIG건설을 설립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LIG건설은 설립 5년 만인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자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들이 LIG건설을 통해 무리하게 기업어음(CP)를 발행했다가 그룹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LIG손해보험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당시 ‘LIG건설 기업어음(CP)’ 사건의 투자 피해자에게 보상할 13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사건으로 그룹은 해체되고 오너 일가들은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LIG건설은 2011년 3월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전까지 2151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당시 LIG건설은 재무적으로 부실했지만,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허위 정보를 흘리며 회생 신청을 열흘 앞둔 시점까지도 CP를 찍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그룹은 2013년 말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을 중심으로 재편됐고 LIG손해보험과 LIG투자증권을 매각하면서 매출은 1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LIG그룹은 “제조업 중심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체질개선을 선언했다.

핵심 계열사인 LIG넥스원은 유도무기, 수중무기, 레이더, 전자광학 장비 등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특히 최근의 글로벌 방산 수요 급증으로 자산도 빠르게 불렸다.
지난해 말 기준 LIG그룹의 총자산은 7조1090억 원이다. 이중 LIG넥스원이 총자산의 80%가량을 차지한다. LIG넥스원의 지난해 총자산은 전년 대비 총자산이 55.26% 증가했다.
수주잔고도 20조 원으로 지난해 매출의 6배 이상으로 넉넉하다.
고부가가치 무기체계인 지대공 미사일 ‘천궁’의 해외 수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갈등 등 글로벌 군비 확대 흐름으로 향후 실적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북아프리카-중동-아시아를 연결하는 ‘K-대공망’ 벨트 구축, 육해공을 아우르는 유무인 복합 솔루션 고도화, 수출국 다변화 등 세 가지 전략 방향으로 지속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 구본상·구본엽 형제 체제...리더십은 ‘글쎄’
LIG그룹은 2005년 4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LIG가 지주사로 3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방산기업 LIG넥스원(지분 42%)을 비롯해 IT기업 LIG시스템(100%), 외식업체 호박패밀리(85.9%), 이동통신장비 제조사 이노와이어리스(30%)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구본상(55) 회장은 ㈜LIG의 지분 41.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생인 구본엽(53) 부회장은 26.2%로 2대 주주다.
이어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자산운용의 ‘KCGI ESG동반성장펀드’가 25% 지분을 보유했다. 방산 호조에 따른 단순 투자로 보이지만 2대 주주인 구 부회장과 손을 잡으면 과반지분을 차지하게 된다.
구 회장과 구 부회장의 자녀들은 아직까지 20대 초반으로 어리고 ㈜LIG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형제 지배구조는 견고하지만 오너일가의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 LIG넥스원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성과급이 기대 이하라는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 기본급의 105% 수준으로 책정된 성과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710%)나 현대로템(500%)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회사 측은 격려금 차원에서 자사주(5만 930주, 약 159억 원)를 지급했으나, 노조는 일방적인 통보가 이뤄졌고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반발에 나섰다. 이 문제는 새롭게 출범한 노조 집행부와 협상 과제로 남았다.
4월 초에는 환손실로 사내에서 ‘비상경영’이란 표현을 썼다가 직원들에게 구조조정의 신호라는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회사는 “내실 경영 강화를 위한 긴장감 유지 차원의 언급”이라고 급히 해명했다.
직원이 이용하는 모니터에서 20분 이상 마우스 움직임이 없으면 시스템에 기록되는 ‘이석 모니터링’ 제도도 실시간 감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 회장은 과거 LIG건설 사태로 징역 8년을 받았고, 2014년 4년으로 감행돼 2016년 만기출소했다. 이후 지난해 설 명절을 맞아 특별사면 돼 법적 제약을 모두 해소했다.
이에 따라 앞서 2021년 LIG넥스원 회장(미등기임원)으로 복귀한 구 회장은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실행되지는 않은 상태다.
LIG넥스원 측은 구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에 대한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