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의 자본 확충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선 법령상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자본적정성이라는 건 핵심적인 법적 준수 사항이기에 롯데손보가 이를 위반하며 조기 상환을 강행한다는 건 전례없는 부분이라 당국으로서 당혹스럽다며 입장을 표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2020년 5월 900억 원 상당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최근 후순위채 조기 상환인 콜옵션을 행사하려 했으나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건전성 문제를 우려하며 이를 제지했다.
롯데손보가 후순위채를 조기 상환할 경우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K-ICS 비율은 150%를 미달하게 된다. 현재 당국에서 권고하는 K-ICS 비율은 150%이기 때문에 권고 수준 밑으로 떨어질 경우 보험계약자 및 일반채권자 보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다만 롯데손보는 당국의 콜옵션 행사 제재에도 콜옵션을 예정대로 행사하겠다고 8일 밝혔다. 롯데손보는 상환 시 회사의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자 자산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후순위채 상환을 강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감원은 당국의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조기 상환을 추진한다는 롯데손보의 입장에 강력하게 반박했다.
후순위채란 보험사의 재무상황 악화 시 보험계약자 및 일반채권자 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손실흡수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채권에 앞서 조기상환하기 위해선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감독규정상 후순위채 상환 후 K-ICS 비율이 150% 이상인 경우 조기상환을 허용하고 150% 미만일 경우 조기상환을 위해 다른 후순위채 등으로 차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손보는 지난해 말 기준 K-ICS 비율이 154.6%를 기록했으며 회사가 제출한 후순위채 조기상환 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K-ICS 비율은 크게 하락해 150% 현저히 미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하기 위해선 차환 발행이 필요하며 롯데손보 측도 차환 발행을 추진했으나 발행 조건에 필요한 투자 수요를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난 2월 롯데손보가 증권신고서에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을 충실히 기재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자본시장법령상 증권신고서는 개인 등 다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시서류로 중요 재무수치, 투자위험요소 등이 상세히 기재돼야 한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가결산 수치가 내부적으로 산출됐음에도 지난해 3분기 수치만으로 올 1월31일 증권신고를 제출했고 후순위채 발행예정일 하루 뒤인 2월13일에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현재 잠정 재무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주식 또는 채권 공모 발행 시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증권신고서 심사 시 잠정실적을 포함하거나 실적 발표 후 공모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만 기재하고 대주주 인수계약서상 EOD 발생 위험 등도 기재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같은 기재누락 사항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판단해 회사에 관련 투자위험을 기재하도록 지도했고 롯데손보는 지난 2월5일 증권신고서를 자진 철회한 바 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계약자 및 채권자 보호에 필요한 적정 재무요건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후순위채 조기 상환을 위해선 금감원의 승인이 필요하나 롯데손보는 보험업감독규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롯데손보 측에서 일반계정 자금으로 상환하겠다는 입장엔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일반계정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하는 것은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 당부했다.
개인 투자자 피해 발생 시 불완전판매에 대한 확인도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후순위채라는 건 계약 조건상으로는 10년 만기로 반영돼 있고 5년 뒤에 상환하기 위해선 일정한 조건을 갖춰야 된다는 내용이 고지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인지하고 투자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만약 그러한 정보들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판매가 이뤄졌으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기에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추후 검사 등을 통해 확인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후순위채 상환여부는 금감원의 승인여부에 달린 것이 아닌 법령과 관련 규정에 상환 요건이 명확히 명시돼 있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의 승인이란 건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며 재량 판단에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신속하게 자본 혁신 방안을 마련해 법적 상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사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본업법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서 당국으로선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회사 측이 하루 빨리 구체적인 자본 확충 계획을 마련해 다시금 재무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회사 측의 공식적인 입장도 계속해서 주문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