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이용계좌는 소위 '대포통장'으로 둔갑되거나 명의도용·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 은행 뿐만 아니라 케이뱅크(행장 최우형)도 사기이용계좌 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사기이용계좌가 시중은행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단기간 고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한 결과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9일까지 집계된 은행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계좌 수는 1만416개로 전년 동기 대비 58.3% 증가했다.
금융회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지급정지 조치를 시행한 후 금감원에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를 요청해야하는데 통상적으로 채권소멸절차 개시 계좌를 '사기이용계좌'로 보고 있다.
해당 기간 사기이용계좌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카카오뱅크였다. 지난 1월부터 5월 초까지 카카오뱅크의 사기이용계좌는 10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100.5%) 증가했다.
두 번째로 많은 곳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였다. 토스뱅크의 사기이용계좌는 같은 기간 대비 3배 가까운(182.7%) 1001건에 달했다. 특히 토스뱅크는 사기이용계좌 증가건수가 647건으로 국내 은행 중에서 가장 많았다.
케이뱅크는 사기이용계좌가 192건으로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증가율은 156%로 높은 편이다.
시중은행들도 같은 기간 사기이용계좌가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우리은행(행장 정진완)이 전년 대비 27.6% 증가한 856건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행장 이환주)은 84.6% 늘어난 745건에 달했다. 유일하게 하나은행(행장 이호성)만 같은 기간 3.1% 감소한 498건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사기이용계좌가 급증한 셈인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대형 시중은행과 달리 신규 고객 수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고객 모니터링을 강화한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보이스피싱 건수 자체가 예년보다 20% 가까이 늘었는데 이 수치는 모니터링이 잘 된 사례라 보고 있다"면서 "사기 의심계좌도 수치에 포함하며 피해금액을 돌려줄 수 있는 경우에만 게시 권고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 수도 늘면서 최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예방 조치에 나선 결과다”라고 덧붙였다.
토스뱅크 관계자도 “연초에 다소 증가했지만 3월부터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후발 신생은행으로 고객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타행 대비 높지 않은 수치”라며 “은행권 최초로 중고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고객에 보상을 지원하는 안심보상제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명의도용 금융사기 방지를 비롯한 다양한 방지책들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기기 변경시 보안인증 절차 강화나 사기 의심 거래 감지시 화상통화로 본인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토스뱅크도 이상거래 탐지의 각 단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