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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에 사는 유 모(남)씨는 지난 2021년 닛산 무라노 차량의 브레이크 모듈 고장으로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700만 원가량의 수리비가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유 씨가 확인해 보니 미국에서는 이미 해당 부품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결정이 확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국내 서비스센터에서는 "한국에선 리콜 결정이 안 됐다"며 무상수리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유 씨는 “같은 부품 문제로 미국에선 리콜이 결정됐는데 한국에선 유상수리해야 한다. 업체가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안양에 사는 최 모(남)씨는 지난해 기아 모하비 차량이 주행 중 핸들 잠김과 각종 센서 오류가 발생해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원인은 R-MDPS(랙마운트 방식의 파워 스티어링)가 충격 받았기 때문이었다. 최 씨가 알아 보니 해당 부품은 이미 미국에서 리콜하고 있었다. 최 씨는 서비스센터에 제품 결함을 주장하며 무상수리를 요구했으나 한국에서는 리콜 부품이 아니라며 거절했다. 최 씨는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R-MDPS 문제에 대한 정보가 많이 나온다. 한국 고객만 차별하는거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모델, 부품임에도 해외서는 리콜하면서 한국에선 리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차별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내, 해외 구분 없이 동일하게 리콜해야 한다고 지적하나 완성차 업계는 공식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벤츠, 볼보 등 완성차 업계 대다수가 같은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해외와 동일한 모델, 부품이라도 생산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리콜 여부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령 미국서 생산한 부품에 결함이 발견돼 리콜할 경우 해당 부품이 미국 판매용 차량에만 탑재됐다면 국내 같은 모델, 부품이어도 리콜되지 않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문제의 부품이 어디서 생산됐는지에 따라 리콜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국가별 차이가 발생한다”며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문제라면 해당 부품을 탑재한 차량만 리콜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의 경우 해외에서 리콜된 모델이 정작 국내에서는 리콜되지 않거나 한참 뒤 리콜하는 ‘늑장리콜’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수입차 업계는 국내에서 제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제적 리콜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리콜은 각국 관공서 주관하에 진행하고 있다. 확인 절차 등 문제로 시간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리콜 차별은 발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제조사가 부품 결함에도 리콜하지 않을 경우 결함 조사를 실시해 리콜을 권고하고 있어 국가별 리콜을 선택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상 시간적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리콜 사안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가 해외에 판매된 차량을 리콜하면 이 사항을 국토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수입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며 ”다만 국내 수입 여부나 수입된 차량의 리콜 여부 등을 제작사와 면밀히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비자 입장에서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동일 부품이라도 생산 지역이나 시기가 다를 수 있어 국가별 리콜 여부가 다를 수 있다”며 “시민단체나 정부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해외의 경우 제조사 늑장 리콜 시 강력한 패널티나 처벌 조항을 적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반면 국내의 경우 리콜 상황에 대해 시정률만 보고하면 돼 늦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관련 규정이나 법규가 소비자 입장에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