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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불통센터! ①] '콜'없는 고객센터 속터져...상담원 사라지고 챗봇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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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불통센터! ①] '콜'없는 고객센터 속터져...상담원 사라지고 챗봇만 남아
기업들, 비용 절감·효율화로 디지털 전환 속도
  • 이정민 기자 leejm0130@csnews.co.kr
  • 승인 2025.08.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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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던 고객센터가 챗봇과 앱으로 대체되고 있다. 상담원 연결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반복되는 절차와 기계적인 답변에 소비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디지털 이용이 서툰 고령층, 장애인은 사실상 상담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객센터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과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 인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아기와 함께 이용하기 위해 타다 앱을 켰다가 낭패를 겪었다. 예약시간을 설정하고 결제되는 방식이라 생각했지만 은행 결제수단을 등록하자마자 곧바로 호출과 결제가 진행된 것. 김 씨는 “호출을 누른 것도 아닌데 바로 4만1000원이 결제됐고 취소해도 환불이 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두 번이나 반복되면서 8만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그러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앱을 이용하라”는 안내만 나올 뿐 상담원 연결은 불가능했고 실시간 채팅 문의 역시 답변이 오지 않았다.

#. 경기도에 사는 우 모(남)씨는 티빙 정기권을 이용 중이지만 TV에서 서비스 이용이 안 돼 고객센터에 도움을 청하려다가 불편을 겪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으나 대표번호는 상담원 연결 없이 채팅 상담만 유도했고 톡 상담으로 문의했음에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 우 씨는 “정기권 요금은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상담원 통화는 아예 막아둔 건 소비자 기만”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들이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콜센터 인력을 줄이고 챗봇이나 앱 기반의 디지털 고객센터로 전환하면서 소비자들이 복잡하고 긴 상담 프로세스에 지쳐 나가 떨어지고 있다. 상담원이 아예 없거나 연결되기까지의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지면서 고객센터가 되레 소비자들의 장애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기업들의 콜센터 축소는 여러자료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발간한 TV홈쇼핑 산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사의 콜센터 고용 인원은 ▲2021년 3689명 ▲2022년 3366명 ▲2023년 2943명 ▲2024년 2567명으로 매년 감소했다. 3년 새 1100명 이상 줄어든 셈이다.

금융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8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콜센터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8곳(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비씨·하나)의 콜센터 상담원 수는 지난해 5월 말 기준 1만90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1만2436명 보다 2346명, 19% 감소한 수치다. 단순 계산으로 5년간 매년 평균 469명씩 줄어든 셈이다.

콜센터가 기업의 대표 민원 창구임을 감안하면 상담 인력이 줄어드는 건 곧 소비자와의 접점 축소를 의미한다. 기업들은 자체 비용절감 외에 챗봇 도입 등으로 소비자의 이용 편의도 높아진다는 주장이나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특히 티빙, 웨이브, 타다 같은 OTT, 모빌리티 플랫폼 등 IT 기반 회사에서 콜센터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티빙 고객센터 전화 문의에 챗봇/채팅상담으로 연결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티빙 고객센터 전화 문의에 챗봇/채팅상담으로 연결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티빙은 콜센터가 존재하지만 상담원 전화 연결은 불가능하다. 전화를 걸면 녹음된 음성으로 챗봇 이용 안내만 반복된 후 카카오톡 및 문자메시지로 챗봇 연결 링크를 발송하는 구조다. 연결된 링크를 통해 상담원 연결을 요청하면 카카오톡으로 상담원과 채팅 상담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티빙 측은 “상담원의 채팅 상담과 게시판·메일 문의 대응은 물론 24시간 챗봇으로 문의를 받고 있다”며 “전화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아웃바운드 방식으로 상담원이 직접 전화를 건다”고 설명했다.

또 “OTT 이용자가 초반에는 젊은 층 위주였던 만큼 디지털 중심 운영이 불가피했지만 이용자 저변이 넓어진 만큼 편의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는 전화 상담 콜센터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카카오톡 상담톡으로 '전화상담'이 가능한지 물없으나 운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음 카카오톡 상담톡으로 '전화상담'이 가능한지 물없으나 운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다른 OTT 업체 웨이브는 대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AI 상담사 안내를 받거나 채팅 상담만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웨이브는 올해 3월 고객센터를 인공지능 음성 상담서비스 ‘웨이비’를 도입해 이용자 질문을 분석하고 답변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역시 AI 챗봇 ‘타다 봇’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고객센터는 글로 문의를 남기면 답변을 게시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며 별도의 콜센터는 두고 있지 않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도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있긴 하나 온라인 고객센터를 이용하라는 안내뿐 실제 콜센터 상담원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다음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연결해도 카카오톡 상담이나 1대 1문의를 이용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콜센터 상담원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소비자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콜센터 상담원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소비자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과거에는 전화 한 통으로 즉시 해결했던 문제도 이제는 문의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답변이 달릴 때까지 기다리거나 문의내용과 연락처를 남긴 뒤 상담원이 연락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챗봇 상담만 가능해 원하는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일쑤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상담원 연결이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금 소비자 불편을 줄이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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