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NH투자증권을 제외하고는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금융지주 순이익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과제가 남겨졌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취임 후 주요 경영목표로 ▲고객신뢰와 혁신 ▲농협금융 정체성 강화 ▲미래 경쟁력 제고와 리스크 관리 ▲계열사별 핵심역량 강화 등을 강조하며 임기를 시작했다.

◆ 금융사고 직후 취임한 이 회장, 고객신뢰 회복 행보 강조
그가 취임 일성으로 고객신뢰와 혁신을 첫 번째 목표로 강조한 것은 직전년도 농협은행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농협금융 전체의 신뢰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3월 업무상 배임으로 인해 109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총 6건, 피해금액만 약 450억 원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이 회장의 전임자인 이석준 전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직원 윤리의식 강화를 위해 '금융윤리자격증' 도입을 천명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열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시계 제로 상황의 2025년이지만 지속적 혁신과 회사별 핵심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며 리스크 관리와 고객신뢰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농협금융은 지난 4월부터 임직원의 윤리의식 고취와 준법경영 체질 강화를 위해 전사적인 윤리·준법교육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매주 1회 교육시스템을 통해 금융사고 유형별 사례, 책무구조도, 농협금융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교육해 청렴농협을 구현하고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NH윤리경영 자가진단, 참여형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기업문화 바꾸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핵심인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은행권 최초로 내부통제전문가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내부통제전문가 육성제도로 8주간의 자율학습과 온라인 평가를 통해 ‘NH내부통제전문가 3급’ 자격을 부여했고 현재 3521명의 인력이 양성됐다.
올 들어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횟수와 금액도 줄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농협은행 금융사고액은 274억 원, 금융사고 건수는 2건으로 우리은행(1119억 원)과 하나은행(572억 원) 등 경쟁 은행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숫자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생산적 금융 분야에서도 기여도가 높다. 농협금융은 향후 5년간 108조 원(혁신·성장 93조 원, 포용 15조 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이는 KB금융·신한금융 다음으로 큰 규모다. 이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직속 '생산적금융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직접 진척 상황과 자회사 협력을 점검하고 있다.
◆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유일하게 역성장... 증권 제외하면 수익성 악화 시름
다만 이 회장 취임 첫 해 농협금융지주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5대 금융지주 중에서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농협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259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 누적 순이익은 16.6% 증가한 5조1217억 원을 달성하며 3분기 만에 순이익 5조 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특히 금융지주 4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우리금융지주가 2조7964억 원을 기록하며 농협금융은 약 5400억 원 차이로 벌어졌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109억 원과 121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9%와 12.1% 줄었다. 농협생명은 보험금 예실차 악화, 농협손해보험은 연초 발생한 산불피해로 인한 손해율 상승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다만 NH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순이익이 지분율 감안후 기준 4217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며 농협금융의 전체 비은행 순이익은 3분기 기준 8492억 원에 달했다. 비은행 순이익 비중도 지난해 31.9%에서 올해 3분기 기준 35%로 3.1%포인트 상승했다.
이 회장이 연초 경영목표로 내세운 계열사별 핵심역량 강화의 경우 현재까지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 모습이다.

농협의 수익원 역할을 하는 농협금융의 정체성을 감안하면 농업지원사업비 확대는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농협금융의 수익성 제고가 기반이 되지 않는 이상 이 회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도 “이자수익 등 전통적 수익원을 통한 성장이 점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계열사별로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잠재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혁신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농협금융은 금융 계열사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회장이 취임한 뒤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이종업권과의 협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전략고객협의회와 시너지추진협의회를 통합 개최하며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지주 11개 자회사와 범농협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과 연계한 사업모델 발굴, 지자체, 산업과의 협업을 적극 주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자회사와 공동으로 '고객전략 신속대응 TF'를 구성해 ▲시니어 브랜드 출시 ▲리테일 사업 경쟁력 강화 ▲고객 생애주기별 상품 라인업 보강에 나서고 있다.
시니어 브랜드 출시의 경우 지난 10일 'NH올원더풀'이라는 전용 브랜드를 런칭하며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1200만 명에 달하는 시니어 고객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 은퇴설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니어 재취업과 교육도 지원할 예정이다.
농협은행도 비지아이익 강화를 위해 하반기 자산관리 전문센터를 만들고 지역 기반 WM점포인 'NH All100종합자산관리센터'를 올해 31개소를 추가 증설해 연말까지 10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