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천 강화군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6월 루트17의 다니고C 차량을 구매했다. 지난 8월 계기판에 EBD와 ABS 경고등이 점등돼 차량 구매 계약서에 명시된 AS 연락처로 전화했으나 사용이 중단된 번호라며 닿지 않았다. 박 씨가 차량 판매자에게 항의하자 홈페이지에 기재된 주소로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아 경고등이 점등된 상태로 운행 중이다. 박 씨는 “업체에 메일로 AS를 접수했으나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해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루트17(구 대창모터스)의 소형 전기 화물차 '다니고C' 차량에서 제동 장치와 직결된 안전장치인 EBD·ABS 경고등이 점등됐지만 본사와 연락 두절로 3개월째 AS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안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루트17 본사와 서비스센터에 수차례 연락과 방문을 시도했지만 연락 두절과 부품 수급 지연으로 사실상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 11월 말 루트17에 '사후관리 이행 명령'을 내린 상태다.
루트17 측은 인력 감축으로 AS가 지연됐을 뿐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루트17은 소형 전기 화물차 전문 기업으로 지난 2010년 1월 대창모터스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지난해 10월 전북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에 연간 1만대 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군산공장을 준공하고 지난 2월 사명을 대창모터스에서 루트17로 변경했다.
루트17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360억 원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75억, 영업손실은 54억 원이다. 루트17이 생산하는 차량으로는 소형 전기 트럭 다니고C, TOVI 전기 화물밴 등이 있다. 루트17의 서비스센터는 경기, 충북, 제주 등 전국 23개인 것으로 확인된다.
소비자들은 본사와 서비스센터에 직접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개월째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서비스센터를 찾은 경우에도 “본사에서 부품 수급이 이뤄져야 한다”거나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돌아와 실질적인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루트17 홈페이지에 명시된 대표번호, 구입 상담 고객센터에 연락을 시도하면 ‘없는 번호’로 안내되고 AS 고객센터는 신호만 갈 뿐 연결되지 않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업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맞느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루트17 측은 정상 영업 중이라는 입장이다.
루트17 차량 판매 관계자는 “현재 차량은 정상적으로 판매 중이며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루트17 홈페이지에는 차량 구매가 가능한 상태로 표시돼 있다.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차량 판매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AS 문제가 불거지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11월 루트17에 사후관리 이행 명령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루트17 사후관리 문제로 지난달 말 이행 명령을 지시했다. 12월분에 대해선 다음달 5일 보고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 명령을 강제했음에도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를 상대로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제작자 등의 사후관리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32조의2에 따르면 ▷자동차제작자 등은 자동차를 판매한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시설과 기술인력을 확보해 사후관리를 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당 의무 이행을 명할 수 있다.
루트17은 인력 감축으로 AS가 지연됐다며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트17 관계자는 “AS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며 국토부 이행명령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군산 공장에서 생산, 판매, AS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가는 기업만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018년 정부가 우정용 초소형 전기차 1만대 도입을 발표했지만 실제 도입 물량은 20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이를 믿고 시장에 진입한 초소형 전기차 업체들이 잇따라 공중분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사업을 촉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속도로는 물론 일부 일반도로에서도 통행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 기업들이 공중분해돼 사후관리 공백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피해를 결국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