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영혼을 꺼내 보이고 노력하는 자만이 진정한 예술가다”
상태바
“영혼을 꺼내 보이고 노력하는 자만이 진정한 예술가다”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 안무가 김형희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6.24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녀는 새롭다. 보다 놀랍다. 먼저 무용수들의 잠재된 영혼을 깨워 무대에 세우는 안무가 김형희. 그녀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항상 생각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탐구한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위해 무용치료까지 배웠다고 한다. 이번 ‘데칼로그-살인하지 말라’는 쉽게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무용수들을 깨우고, 무대를 살리며, 관객들의 영혼을 울린 생명력 있는 작품이다. 고로 안무가 김형희는 말한다. “집중해라. 그 속에 들어가라”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는 이번에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새롭게 공연된다. 소극장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된 무대를 경험할 것이라고…….’ 그렇다면 과연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안무가 김형희를 통해 직접 들어보자.

▶ 2003년 초연 때와 올해 ‘데칼로그-살인하지 말라’ 안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올해도 2003년 때와 같이 그대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무용수들이 많이 바뀌었고,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옮겨서 하기 때문에 많은 보완이 필요했다. 더구나 이 작품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관객들이 많이 어려워했다. 그런 모습에서 좀 더 통일감을 주고자 노력했다.

▶ 어디에 중점을 두고 안무한 것인가?
한 예로 ‘나는 오늘 학교에 갔다’라는 말을 ‘나는 학교, 오늘에 갔다’라고 해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작업을 그런 식으로 해봤다. 그 다음 전개를 드라마형식으로 차근차근 설정하지 않았다. 그보다 작품의 주제인 ‘살인’에 관한 모든 것을 섞어보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아 저 작품은 살인에 관한 거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더 쉽게 말해 ‘저게 무슨 말이지?’ 하면서 모든 것을 일일이 이해시키기보다는 장면 장면들에 연결고리를 두었다. 무용은 연극과 다르게 텍스트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간다는 게 무척 힘들었다.

▶ 무용수 혼자 추는 안무는 각자의 즉흥이라고 들었다. 무용수들에게 지시만 하고 스스로 표현할 수 있게 한 것인가?
우리는 그렇게 매일 훈련한다. 그리고 상황을 정해놓지 않는 가운데 시작한다. 처음에는 무용수들에게 각 장면만 설정해 주고 영화를 편집하듯이 편집한다. 그러면서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야 하는 부분을 요구했다. 이런 장면을 이런 느낌으로 했을 때 아닌 부분에서는 말을 해주고 적절한 표현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 무용수 개개인이 지닌 잠재된 표현력을 끄집어 주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일단 그 무용수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2달간 관찰한다. 무용수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 무용수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다. 기존의 무용은 춤을 출 때 카운터에 맞추어 정확히 움직인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언제 출발하고 언제 큐 사인이 들어갈지 모른다. 특히 작품상 느낌이 감성으로 다가가야 한다. 때문에 하나로 맞추기 쉽지 않다. 그래서 계속적으로 무용수들에게 ‘집중해라.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가라’고 말을 한다.

▶ 선생님은 무용수들을 그냥 바라보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 난 무용수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것들을 끄집어내야 하기에 늘 관찰하고 그들의 맞게끔 캐릭터를 창조해낸다. 그래서 ‘순서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요구한다. ‘순서는 없다. 그렇지만 몸으로 익혀라’라고 말한다. 몸으로 익혀야만 그 다음부분이 자유롭게 나온다. 몸과 마음, 영혼까지 자연스럽게 표출될 수 있어야 좋은 무용수다. 개인적으로 영혼을 바라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품에 생명력이 없기 때문이다. 짜여진 순서대로 하면 죽어있는 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 이러한 훈련이 연극하는 이들이게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연극하는 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지금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그들은 무슨 말인지 빨리 알아듣고 받아들인다. 오히려 힘든 이들은 무용과 학생들이다. 팔다리만 움직여 봤던 무용수들에게 감정을 쏟으라고 하고, 소리를 내라고 하니깐 처음엔 굉장히 힘들어 하더라. 그래서인지 연극하는 친구들이 참 편하고 좋다.

▶ 의상이 작품의상이라기 보다 서민적이 느낌이 묻어난다.
데칼로그 의상을 만든 디자이너와 20003년부터 함께 작업했다. 작품이 작품이니만큼 의상 도 변화를 주어 일상복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러나 편한 의상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 일일이 옷에 간지를 냈고, 그만큼 시간도 많이 들었다. 또 하나의 톤으로 맞추려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 손이 많이 갔다.

▶ 각각 무용수들 스타일에 맞춘 것인가?
그렇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디자인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색깔의 통일성도 없고, 제 스스로가 그냥 의상이다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굉장히 오래된 느낌을 좋아한다. 이 작품은 자유롭지 못한 서민들의 삶을 드러내고 그만큼 화려하지도 않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의상을 제작했다.

▶ 김윤규 연출가와 오래 작업했나?
벌써 15년 됐다. 그래서 서로간의 호흡이 잘 맞다. 연출가님은 지금 무용도 하면서 연출을 하고 있다. 사실 무용에선 연출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단체는 정말 필요하다. 우리 작품스타일이 연극적인 텍스트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 안무자의 역할이 무용수들의 마음을 끄집어내고 안무를 하는 것이라면, 연출가는 만들어낸 것에서 부각시킬 부분과 잘라내는 작업을 한다. 그래서 서로의 조화가 절실히 중요하다.

▶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고 안무를 만드는가.
늘 일상에서 영감을 받고 기록한다. 그래서 영화도 많이 보고, 모든 장면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장면을 보다가 눈에 띄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그를 컨텍하기도 한다. 작품 ‘올리브나무’에서는 100kg의 여자 분을 참여시켰는데 너무 잘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거나 길거리를 가다가도 사람들을 잘 관찰한다. 그들에게 나올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보는 것이다. 내가 중요시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자연의 관계, 사람과 신의 관계다. 때문에 늘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면서 바라본다.

또한 어떤 상황들이 있으면 일일이 그 느낌을 기록하고 거기서 직접 안무를 만든다. 나는 늘 눈과 귀를 열어놓고 산다. 항상 일상적인 모습과 표정, 성격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려고 한다. 특히 안무가 없을 때 미리 적어놓고, 안무를 짤 때 안무노트를 뒤져본다.

▶ 소품의 상징성이라고 한다면?
작품에서 나오는 텔레비전은 전쟁에 관한 거였다. 드라이 같은 경우는 미용실에서 어떤 여자가 드라이를 하고 있는데 꼭 총 모양 같았다. 총으로 죽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작품에 넣었다. 그리고 농약을 치는 부분은 살포제를 쓴다는 의미기도 한다. 꽃가루는 낙태하고 난 이후의 피를 상징한다. 그때 상황은 한 여자가 남자한테 강간당하고 그 마음을 다른 여인이 받으면서 꽃가루를 뿌린다. 그것은 또 회개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 개인적으로 무대란 하나의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가?
무대는 삶이다. 그것도 내가 따로 분리시키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서는 집, 연습실, 무대, 사람들, 이 모든 것이 하나다. 춤도 그렇다. 그래서 처음에 무용단이란 말도 빼버렸다. 형식에 짜여진 춤은 하나의 훈련이고 테크닉일 뿐, 작품은 사람의 영혼을 다루어야 하기에 다른 것이다. 이것은 모두 영적이다.

내가 가장 힘들면서도 신경 쓰는 부분은 무용수 선택이다. 영혼이 살아있는 무용수와 함께 하려고 한다. 난 무용수들에게 늘 영혼으로 춤을 추라고 한다. 마음대로 추는 이들은 예술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혼을 꺼내 보이고 노력하는 자만이 진정한 예술가다.

▶ 작품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가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
요즘에 무용의 대중화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처음 사회적인 문제를 들고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거기에 대한 기반이 데칼로그다. 사실 데칼로그 하기 전에 무용치료를 먼저 배웠다. 무용치료를 하면서 사람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또 춤으로써 어떻게 치유시킬 것인지 연구했다. 그러면서 내면을 보게 됐다. 이 작품은 내면이 살아있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늘 무용수들에게 내면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한 것이다. 특히 작품에 출연하는 무용수들이 먼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되기에 목소리 쓰는 법, 악기 연주법 등 다양하게 연습시켰다. 그래서 데칼로그는 영적인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너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작품은 답을 줘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기에 있는 그대로 봐야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내가 만든 작품의 콘셉트는 따로 있는데 다르게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그때마다 많은 공부가 된다. 그래서 너무 틀 안에서 한계를 갖고 보지 말고, 멀리서 전체적으로 작품을 봐 주었으면 한다. 데칼로그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나와 신과의 관계,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마음을 함께 공유한다. 어떤 이들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꾸 보다보면 달라진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도 같이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트러스트무용단의 ‘데칼로그_살인하지 말라’는 오는 7월 1일부터 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박하나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