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할인점(대형 마트) 시대가 저물어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 심화, 과당경쟁에 따른 점포 난립, 인터넷·TV홈쇼핑시장 확대, 중소상인·제조업체의 반발 등 ‘사면초가’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까르푸, 월마트 등 다국적 유통기업들은 올해 이랜드, 신세계 등에 점포를 매각하고 철수수순을 밟고 있다.

    주요 점포들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증가율도 2%대로 추락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만성적자를 기록해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지방 점포도 속출하고 있다.

    ‘할인점의 쇠락’을 4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뉴스관리자>

    할인점 쇠락의 원인으로 주요 구매자인 노인 인구의 증가를 꼽지 않을 수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99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한국은 23년만인 오는 2022년 고령사회에 접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어서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국제연합은 분류하고 있다.

    한국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바뀌는 데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은 프랑스의 115년에 비해 5배나 빠른 속도다. 스웨덴(85년), 미국(75년), 영국·독일(45년) 보다 훨씬 빠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할인점에서 쇼핑을 하려면 우선 자동차를 운전해야한다. 할인점의 상품 포장은 대부분 번들(bundle·다발)로 돼 있고 구매자들도 한꺼번에 많은 상품을 구매한다.  그리고 카트를 끌고 넓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상품을 골라 담아야 한다.

    노인들은 대체로 부부만 남아서 따로 살거나, 또는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기동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할인점 쇼핑은 노인들의 생활 및 구매 행동과 맞지 않는다. 할인점 쇠락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대형 점포보다 가깝고 덜 복잡한 편의점, 동네 소형 슈퍼마켓 등이 뜨고 있다.

    편의점 ‘로손’은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이 전년보다 7.2%포인트 하락하자 노인고객잡기에 나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노인들이 집에서 멀고 복잡한 대형 슈퍼보다 가까운 편의점을 선호하는 데 착안해 마케팅 전략을 바꾼 결과다.

    로손은 지난 7월 아와지시마에 점포를 열면서 노인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가격표의 글씨 크기를 큼직하게 바꿨고 자동문도 설치했다. 고가의 안마의자도 비치했다.

    이로 인해 고객 가운데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4.8%에서 10.4%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노인편의 강화형 점포’를 올해 연말까지 모두 11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도쿄 일대의 5700여 점포에서 고령자를 위한 쇼핑대행과 무료 배달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훼미리마트’도 돈가스, 튀김 같은 기름진 반찬을 뺀 노인용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고, ‘서클 K’도 노인들이 좋아하는 샐러드 코너를 강화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유통재벌인 롯데는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할인점사업이 성장 한계에 부닥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보고 대도시 주택가 상권에 500~1000평짜리 슈퍼마켓(롯데슈퍼) 점포망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점포수 가 43개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거미줄 같은 점포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슈퍼마켓 점포(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네트워크 사업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