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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프리뷰] 노인들이 깨어난다, 연극 ‘썽난마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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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프리뷰] 노인들이 깨어난다, 연극 ‘썽난마고자’
노인 문제라고 하기엔 ‘나’와 너무 가까운 문제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10.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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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하면 힘없고 보살펴 주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노인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노인 문제는 사회 전반의 심각한 걱정거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인 10명이 4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으니 실버세대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세월에 켜켜이 쌓인 지식도 풍부한 경험도 인정받지 못하는 노인은 오로지 보살핌을 받는 존재에 불과하다. 연극 ‘썽난마고자’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그렸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들도 분명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때와 다름없는 한적한 오후의 탑골공원은 늘 그렇듯이 노인들의 성지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하루의 일과이자 삶의 낙이다. 노인에게 있어 밤새 안녕한 친구얼굴을 보는 것은 내 곁을 지키는 또 다른 ‘내’가 있기에 안도하는 것과도 같다. 그 반가운 친구를 마주한 노인들은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어도 언제나 탑골공원에 모여 하루를 보낸다. 투닥투닥 싸우고 면박도 주지만 그 투박한 말 속에 정이 뚝뚝 묻어난다.

 

편안한 탑골공원의 공기를 탁하게 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탑골공원 성역화다. 이 성역화로 노인들은 울분을 토하게 된다. 탑골공원이 노인들의 쉼터가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서울시는 새삼스레 이 공원을 바꾸겠단다. 그 대신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쉼터를 지어줄 테니 거기 가라고 등을 떠민다. 탑골공원 그것은 노인에게 있어 쉼터이자 자신들의 소중한 추억이 깃든 정겨운 곳이다. 그들은 신식 시설도 더 좋은 대우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지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와 모여 농담 따먹기라도 하고 싶은 거다.

 

탑골공원을 없애야겠으니 나가달라는 서울시와 그렇게는 절대 못한다는 노인들의 한판 대결이 등나무 아래서 펼쳐진다. 서울시는 노인들이 머무르는 등나무 벤츠를 없애면 더 이상 노인이 모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등나무를 없애기로 한다. 그리고 탑골공원을 지키고 싶은 노인들은 등나무 벤츠가 아닌 등나무 위에서 외로운 봉기를 시작한다. 어느 누가 노인들의 봉기에 관심을 쏟겠느냐마는 노인들은 누가 알아주길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에 분노하지 않는다. 느긋하게 그 결과를 수용하며 오늘은 즐거웠어하고 하루를 마친다. 안달복달하지 않는 것이 세월이 그들에게 건네준 지혜이다.

 

노인들의 봉기는 끝났다. 그러나 관객은 노인들의 고민거리가 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직감한다. 언젠가 내가 늙어지면 저 노인과 같은 생각을 하겠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연극 ‘썽난 마고자’는 노인이라는 키워드로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이끌어 냈다. 그 공감에 중심에는 배우의 농익은 연기와 극의 간극을 조절하는 만담이 있었다. 만담은 어른들 세대에게는 향수를, 만담이 낯선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건네준다. 연극 ‘썽난마고자’는 10월 24까지 2차 연장공연을 가진다.

 

글, 사진_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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