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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택배..수하물 분실돼도 떡하니 '배송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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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택배..수하물 분실돼도 떡하니 '배송완료'
'수하물 배송 시스템' 무용지물..실제 배송 전 선처리 많아
  • 민경화 기자 mgirl18@csnews.co.kr
  • 승인 2013.01.17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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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체의 ‘수하물 배송 추적시스템’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배송도 되기 전에 일괄적으로 ‘배송완료’로 기재 처리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 배송되지도 않은 물건이 ‘배송완료’로 처리돼 행방이 묘연해진 수하물을 찾느라 곤혹을 치러야 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취인 사인을 위조처리 하거나 수하물이 분실되는 사례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송기사들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일괄 처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한 택배기사는  “배송건당 20% 정도를 손에 쥐기 때문에 결국 배송 건수를 올리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보통 하루 100건 정도를 배송완료하기 위해 신호위반이나 과속 등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택배업체 관계자는  “수하물 분실이나 훼손으로 인한 문제 발생 시 택배기사 책임제이기 때문에 '안전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전년대비 물량이 10~20% 증가하다보니 신속한 배송을 위해 택배기사들이 바쁘게 뛰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 받지 못한 도서 '배송완료'에 소비자 노심초사


17일 충남 공주시 금학동에 사는 최 모(여)씨는 기다리던 택배를 배송조회하던 중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31일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최 씨. 다음날이 새해 첫날인 점을 감안해 이틀을 더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나흘간 기다린 최 씨는 수하물의 위치가 궁금해 배송조회한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날인 3일 오후 6시에 이미 '배송완료'로 처리돼 있었던 것.

물건이 분실된 게 아닌가 싶어 아연실색한 최 씨는 배송업체인 현대택배 고객센터와 배송 기사에게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굴러야 했다고.

당일 오후 방문한 택배 기사는 "전날 저녁에 최 씨가 부재중이라 배달을 완료하지 못해 우선 배송완료 처리를 하고 지금 다시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령하지도 않은 수하물이 ‘배송완료’고 기재돼 노심초사해야 했던 최 씨는 택배업체의 안일한 배송시스템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택배 관계자는 “택배기사가 소화해야 하는 물량이 많다보니 배송 후 송장을 스캐너에 찍는 과정에서 중복으로 인식이 되는 경우가 많아 배송 전에 미리 찍어두기도 한다”며 “업무량이 많아 일부 이렇게 진행하기도 하지만 고객의 불편사항이 많은만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수취인 사인까지 멋대로 처리하고 "통상 그렇게 해~"

인천 동구 송림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택배를 보냈다가 막무가내로 배송여부를 처리해 난색을 표했다.

지난 12월 18일 지방에 계신 부모님에게 냉동피자를 전달하기 위해 경동택배를 이용한 김 씨.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하루면 배송이 가능하다며 빠른 배송을 강조했다고. 안심하고 택배를 부친 김 씨는 이틀 뒤 오후 ‘택배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게 됐다.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배송조회를 한 김 씨는 ‘배송완료’는 물론 수취인 사인까지 떡하니 돼 있어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본사에 문의하자 '배송조회 상 배송완료로 처리되어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해당 영업점에 문의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뿐이었다. 다시 영업점에 문의하니 “거리가 멀어 영업점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해 배송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고.

김 씨는 “냉동식품이라 혹시라도 변질될까 익일배송을 재차 확인하고 맡긴 건데 배송지연에다 서명까지 위조해 처리하다니...수하물이 분실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경동택배 관계자는 공식적인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 "금요일이라 미리 배송결과 처리"

경기 가평군 가평읍에 사는 변 모(남)씨는 CJ택배를 이용했다가 불편한 일을 겪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2월 10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지갑을 구입한 변 씨 역시 받지 못한 물건이 ‘배송완료’로 처리되어 있자 고객센터로 상황을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놀라웠다. “금요일이라 먼저 ‘배달완료’로 처리하고 월요일에 배송완료할 예정”이라는 것.

그러나 월요일까지 기다려도 물건이 도착하지 않아 택배기사에게 직접 연락하지 이번에는 "3일전 배송을 완료했다"는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변 씨는 “수령인이 직접 받지도 않았는데 ‘배송완료’로 처리하다니...본사에서도 이런 운영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게 어이없다”며 “선처리후 발송하면 분실할 경우 조회가 어려운데 택배사에서 이런 부분을 제대로 관리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CJ택배 관계자는 “본사 방침은 배송이 완료되고 ‘배송완료’처리하는 것이 맞다”며 “택배기사 한명당 150~200건정도 처리하게 되며 빠른 배송을 위해 미리 ‘배송완료’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해 쏟아지는 물량을 맞추다보니 실수나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고객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민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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