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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 추가요금, 옥외가격표시제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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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 추가요금, 옥외가격표시제 유명무실?
'업소재량'에 따라 예외조항 많아..."표시 가격이 밑밥"
  • 박은희 기자 ehpark@csnews.co.kr
  • 승인 2013.03.05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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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돕고 업소 간 건전한 가격경쟁 유도를 목적으로 시행된 일반음식점과 이·미용실의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당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종지불요금표 게시라는 원래 취지와는 달리 식재료 '시가'에 따라 판매가격이 달라지는 음식점이나 '재료비'와 '기장추가'에 따라 가격 차가 커지는 이·미용업소로 인해 혼란만 가중된다는 것.

정부는 지난 1월 31일부터 150㎡ 이상 일반음식점과 66㎡ 이상의 이·미용업소를 대상으로 '옥외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 사례 1 = 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에 사는 장 모(여)씨에 따르면 그는 최근 퍼머를 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던 중 옥외에 '펌 2만8천원', '기능성 펌 5만원' '염색 3만5천원' 이라고 가격이 표시되어 있는 곳을 골라 들어갔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자 미용실 내부의 가격표 아래에는 조그맣게 '기장 추가'라고 쓰여 있었다고.

▲ 추가비용 별도 안내도 없을 뿐 아니라 미용실 유리벽 귀퉁이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가격표시가 고작이었다.


긴 단발이었던 장 씨는 자신의 머리카락 길이를 감안해 대략 3만원 가량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기능성 펌의 일종인 세팅펌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머리가 완성되자 청구된 최종요금은 12만원. 무려 7만원이 더 청구돼 옥외에 표시된 가격의 2배가 훌쩍 넘었다.

터무니 없이 이용요금이 불어난 것에 대해 이유를 묻자 기장 추가에다 영양 추가가 더해졌다는 답이 돌아왔다.

장 씨는 "머리를 하기 전 영양 추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도 없었는데 두 눈 멀뚱이 뜨고 바가지를 썼다"며 "옥외의 표시 가격이 다른 미용실보다 조금 저렴해 들어왔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기막혀했다.

이어 "옆에 앉은 갓 졸업한 고등학생은 어깨 조금 아래로 내려오는 기장으로 염색을 했는데 가격표에 명시된 3만5천원이 아닌 8만원이 청구돼 기겁하더라"고 덧붙였다.

# 사례 2 =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1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미용실 방문 전 먼저 전화로 가격을 물었고 옥외가격표에도 같은 가격이 기재되어 있어 안심하고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다.

김 씨가 미용사에게 하고자 하는 스타일을 이야기하자 무조건 가격이 2배 이상인 다른 시술을 해야 한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다고.

김 씨가 처음 생각했던 베이직 펌(옥외가격표 4만원)으로 해 줄 것을 요청하자 미용사는 6만원이 넘는 가격을 부르며 '기장 추가'라고 설명했다.

길이가 턱에도 미치지 않는 짧은 단발머리였던 김 씨는 너무 어이가 없어 다른 미용실에 전화까지 해 보았다고.

김 씨는 "베이직 펌은 열펌이 아닌 일반 약으로 하는 퍼머라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그렇다면 기장추가만 2만원이 넘는다는 말인데 이런 식이라면 가격표시는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지적에 대해 정부부처 측은 대표 품목 외의 예외조항은 업소 재량으로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서울 중랑구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용업 3품목, 미용업 5품목을 정해 최종지불요금을 표시하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품목의 가격을 표시하고 단발기준 얼마, 기장추가 얼마, 영양 추가 얼마 등 모두 표시하면 좋겠지만 추가비용은 업소의 재량이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 음식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횟집의 경우 재료 특성상 시기별로 가격 변동이 커 고정 가격을 제시하기 어렵고,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류를 취급하는 음식점의 경우도 재료 구입처나 서비스 등에 따른 가격 편차를 반영할 수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옥외가격표시제는 정부의 시행 취지와는 달리 단순한 가격확인 수단 정도의 효과만 있을 뿐이며 그 가격마저도 명확하지 않아 제도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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