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에 사는 홍 모(남)씨는 지난달 BMW 대형SUV 'X7'을 1억30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며칠 후 차량 관련 인터넷 카페에 자신의 차량 사진을 공유했던 홍 씨는 한 회원으로부터 조수석 배색 도장면이 푸른 색을 띄는 등 도어 교체 흔적으로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딜러사를 통해 내부 PDI(신차 출고 전 점검) 서류를 검토했고 교체이력이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즉시 딜러사 측으로 신차 교환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도어 교체 흔적은 인정했지만 운송 과정 중에 발생한 이력이 없어 교환대상이 아니라는 황당한 이유였다.
개인의 보유 자산 중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큰 돈이 들어가는 물건이다. 다만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동차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어 구입 후 다양한 분쟁에 휘말리곤 한다.
신차에 수리 흔적이 발견되는 문제도 이중 하나다. 특히 수입차는 배를 타고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고 흠집이 생길 수 있고 PDI 센터를 통해 도색이나 수리 등의 보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다만 PDI 센터에서 이를 숨길 경우 딜러가 알 방법이 없다보니 소비자와 딜러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곤 한다. PDI 센터에서 수리 이력을 고지하지 않아도 과태료가 겨우 100만 원에 불과해 분쟁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 견인 과정에서 흠집이 생겨도 새 차로 둔갑해 판매되는 경우가 있는데 통상 양측 합의에 의한 보상이 대부분”이라면서 “법 자체가 ‘걸리면 운이 없고 안 걸리면 좋고’ 하는 식이다보니 판매자의 도덕 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이 인정돼도 본사에선 뒷짐지기 일쑤다. 이번 사례의 홍 씨 역시 X7의 도장 두께가 다르고 문짝 교환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교환과 환불은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대해 BMW 관계자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BMW 신차에서 수리 흔적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2월 국토교통부 민원을 살펴보면 X7 신차에 ▷페인트 덧칠 ▷단차 조정 ▷휀더 교환 등의 하자가 발생했음에도 신차로 인도됐다는 불만이 접수됐다. 2018년 7월, 2017년 7월에도 비슷한 사례가 기사화됐다.
BMW X 시리즈 카페에서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의 민원을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딜러사가 아닌 차량 브랜드를 믿고 거액의 돈을 지불하는 만큼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PDI 서류라는 것 자체를 맹신해선 안 된다. 큰 하자가 발견돼도 팔아야 하는데 얼마나 제대로 적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 자체도 제조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많이 형성돼있다. 또 법을 떠나 정상 판매라고 볼 수 없는 만큼 브랜드에서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