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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비 50만원 지적장애인 고가 요금제 가입시켜....장애인·노인 노리는 통신 기만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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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비 50만원 지적장애인 고가 요금제 가입시켜....장애인·노인 노리는 통신 기만영업
이통3사 "사기성 판매 근절 위해 가이드라인 강화"
  • 최형주 기자 hjchoi@csnews.co.kr
  • 승인 2021.05.03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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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세 노인에게 공짜기기라 속여 휴대전화 개통 대구에 사는 석 모(남)씨는 3월 말 84세인 할머니 앞으로 휴대전화 갤럭시 A32가 배송돼 깜짝 놀랐다. 할머니에게 묻자 “KT 본사라며 전화와 KT 장기 이용고객 대상 기기 교체 혜택을 준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확인해보니 37만4000원 출고가 그대로 36개월 약정 계약이었다. KT에 계약철회를 요구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어 개통취소를 못해준다”고 답했다. 계약 당시 할머니와 통화한 내용을 들려달라고 해도 “약관 고지 부분 외에 녹취가 없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석 씨는 “할머니는 통신사에서 기기를 무료로 주는 것으로 알고 계셨다”며 “84세라 인지능력이 많이 저하된 상태인데 너무한다”며 억울해했다.

# 지적장애인 상품권으로 유혹해 인터넷 가입? ‘홈리스행동’ 활동가인 황 모(남)씨는 최근 자신이 도움을 주고 있는 지적장애인 주 모(남)씨가  월 7만4600원짜리 요금제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주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 생계비 50여만 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단말기 할부금이 없어 넘어갔으나 LG유플러스 판매점은 이후에도 주 씨에게 지속적으로 '상품권'을 지급하겠다며 인터넷 가입을 권유했다. 황 씨는 “주 씨는 글자를 모르고 휴대전화도 데이터를 소모하지 않는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만 사용한다. 그런 사람에게 고가요금제의 휴대전화를 판매한 것도 모자라 이젠 인터넷까지 속여 가입시키려 했다”고 답답해했다.

지적장애인과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휴대폰 판매점들의 불완전판매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를 막을 규정도 없고 통신사도 일선 영업현장에서 벌어진 소비자와의 개별 문제로 두고 한 발 물러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이나 통신정보에 취약한 노인들이 통신 판매점, 대리점 등에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주로 “위약금을 대신 내주겠다” “현금·상품권을 제공하겠다” “오래 사용해주셔서 단말기 대금이 무료다”라는 식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금지행위) 5의2에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이용요금, 약정 조건, 요금할인 등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설명 또는 고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판매점과 대리점에서는 사람들이 계약서나 약관을 잘 살펴보지 않는 다는 점을 악용해 불완전판매를 일삼는 상황이다.

만약 소비자가 모든 내용이 정확히 기재된 약관에 서명할 경우 판매자의 거짓 설명 등을 고지했음을 증명할 길이 없다. 통신사 본사에 피해를 주장해도 이미 약관에 서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선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지적,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과 정보에 취약한 고령층은 일부 악성 판매자들에게 무방비로 방치돼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같은 불완전판매로 전에 사용하던 휴대폰 할부금이나 인터넷 해지 위약금이 한 번에 청구되면 기초생활 수급자가 많은 장애인이나 고령층 등은 변제 능력이 없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홈리스행동의 황 모 활동가는 “현재 담당하고 있는 야학의 한 학생은 약정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계속 새 기계를 들고 왔고 휴대폰 해지로 인한 빚이 200만 원이 넘게 됐다”며 “얼마 되지 않는 임금을 받으며 공공근로를 하고 있는데 모든 돈을 휴대폰 빚을 갚는데 사용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동통신3사는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T는 “현재 유통망에서의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본사차원에서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완전 판매·개통을 위해 수시로 교육을 진행하고 지침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판매점이나 대리점 직원이 장애인이나 고령층을 대상으로 사기에 가까운 불완전 판매 행위를 한 것이 발견될 경우 퇴사는 물론 급여 압류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특히 해당 직원이 평생 LG계열사에 취업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이전의 판매 내역을 전체 검수해 피해를 본 고객이 있다면 회사 차원에서 해결해드리도록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측은 “장애인이나 고령층에게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적 제도나 내부 장치는 따로 없지만 불완전판매는 범죄행위”라며 “이전에 회사에 내부적으로 지적장애 1, 2급 고객을 대상으로는 휴대폰을 개통해 주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었지만 인권위원회가 이를 ‘차별’로 판단해 현재는 사라진 상태”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불완전판매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나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약관에 중요한 사항을 어기지 않고 포함시키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인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파고든다”며 “소비자가 항의하는 시점엔 이미 약관에 서명을 한 상태인 경우가 많아 제재와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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