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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주행 중 시동 꺼져 '아찔'...교환·환불은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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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주행 중 시동 꺼져 '아찔'...교환·환불은 언감생심
레몬법 충족 조건 까다로워 적용 사례 거의 없어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1.10.27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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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주행중 시동꺼짐 4차례나...'원인' 달라 교환 불가=수원에 사는 함 모(여)씨는 지난해 4월 BMW 5시리즈 구입 후 1년 6개월간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문제로 4차례나 서비스센터서 수리를 받았다. 가장 최근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부품 수급으로 한 달을 기다려야 했고 대차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차량 교환을 요청했지만 시동 꺼짐의 원인이 동일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함 씨는 “잦은 엔진 고장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책임과 부담을 온전히 소비자가 지고 가야 하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고속도로 달리던 벤츠 시동꺼져...원인 불명에 "엔진 교체만"=창원에 사는 조 모(남)씨는 지난 16일 벤츠 E클래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진입을 앞두고 시동이 꺼지는 사고를 겪었다. 즉시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고장의 원인을 알 수 없어 엔진을 교체해주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조 씨는 “갓길 주차를 하지 못했다면 대형사고가 날 뻔했는데 막상 고장 원인은 알 수 없다니 황당하다. 엔진만 바꾸고 타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캠리 100km로 달리던 중 시동꺼져..."동일 증상 반복돼야 교환"=안양에 사는 차 모(여)씨는 지난달 토요타 캠리로 고속도로에서 100km 주행을 하다 갑자기 시동이 꺼져 큰 사고를 겪을 뻔했다. 센터 입고 일주일 동안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수리를 한다 해도 안심하고 탈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차 씨는 “레몬법을 살펴보니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중대한 과실에도 신차 교환을 받으려면 동일 증상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하더라. 수리해주는 센터나 판매한 영업사원 모두 어떻게 해줄 권한이 없다고만 한다”고 걱정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차량 주행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해 소비자들이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중대한 결함인데도 교환이나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원성이 끓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문제로 업체에 차량 교체나 환불을 요구했지만 수리밖에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자주 제기된다. 특히 원인을 못찾는 경우도 다발해 소비자들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일명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됐지만 막상 법의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레몬법에 따르면 신차 구매 후 1년 또는 주행거리 2만㎞ 이내에 동일한 중대 하자가 2회 이상,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시동 꺼짐도 중대하자기 때문에 레몬법이 적용될거라 기대하지만 ‘동일한 원인’으로 진단받아야 횟수에 포함되다 보니 요건을 충족하기가 까다롭다.

시동 꺼짐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배터리 급속 방전, 전자제어장치·인젝터·크랭크 각 센서·매연저감장치 오류, 점화플러그·연료 펌프·트랜스미션 불량 등 원인이 되는 부품도 수십가지다. 엔진이 멈춘다고 해도 다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진단이 나오면 교환 대상이 될 수 없어 실제 교환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간헐적으로 발생해 결함 자체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주행 도중 시동 꺼짐이 발생하는데 서비스센터, 정비소에 수리를 맡겨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명을 받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원인으로 엔진이 멈췄다고 해도 제조사에서 '다른 원인'으로 진단을 하면 소비자가 사실 여부를 밝히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2014년 7월 당시 한국지엠 세단 ‘말리부’ 디젤 세그먼트에서 시동꺼짐 하자가 반복되자 제조사가 선제적으로 무상수리를 결정한 사례도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국토부 리콜 조치가 내려지고 나서야 수리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엔진 멈춤은 원인이 다양해 적은 사례로는 제조사들이 선제적으로 보상 조치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시동꺼짐 문제를 호소하면 서비스센터에서도 정밀 검진하게 되는데 이때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무작정 보상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리콜이나 선제적 조치의 경우 같은 모델의 다른 차량에서도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통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결함에 따른 교환, 환불 심의를 요청한 사례는 1000건이 넘지만 최종적으로 교환이 진행된 사례는 지난 1월 벤츠 S클래스 건이 유일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 시동 꺼짐 현상은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다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선조치할 수 있는 더 강력한 법적장치가 마련된다면 소비자를 위한 대응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자동차 교환·환불 시 소비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토부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안전·하자심의위의 심의·의결에 따라 자동차제작자에게 무상수리를 권고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겼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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