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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권유로 수술해도 보험사가 '과잉진료' 판단하면 보험금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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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권유로 수술해도 보험사가 '과잉진료' 판단하면 보험금 못받아
보험금 누수 막으려던 '의료자문 제도'가 갈등 유발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1.11.19 07: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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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권유로 수술했는데 '과잉진료'라며 보험금 지급 거부=서울시 중랑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4월 목의 통증으로 건강검진을 받다가 갑상선에 이상을 발견했다. 가족 중 갑상선암에 걸린 사람이 있는 데다가 더 악화되기 전 치료받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권유에 낭종 등을 고주파 수술로 제거했다고. 2년 전 종합보험을 들어놓은 A사에 보험금을 신청하니 ‘과잉진료’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과거 병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악성이 되기 전 치료를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씨는 “(보험사는) '손해사정사와 자문의에게 확인한 결과 ‘과잉진료’가 맞다'며 소비자와 진료한 의사를 사기꾼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갑상선 결절 2cm 못미쳐 치료 받으면 보험금 못받아=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고 모(남)씨도 갑상선 ‘과잉진료’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갑상선 관련 수치가 높다는 진단을 받았고 올해 들어서는 목에 뭐가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 병원에 가니 결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의사의 권유로 병원에서 수술한 뒤 B보험사에 진단금을 요청했으나 지급을 거절당했다. 2cm 이하 결절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학회 자료를 근거를 제시했다. 고 씨는 “소화제를 상습적으로 복용할 정도로 일상생활이 불편했는데 2cm까지 키워서 수술을 받는게 맞는 것이냐”며 황당해했다.

# 보험급 지급 가능하다 안내해놓고 뒤에 말 바꿔=인천시 서구에 사는 신 모(여)씨는 백내장 수술을 받기 전 C보험사에 상담까지 했는데도 뒤늦게 말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신 씨는 백내장 수술과 함께 다초점렌즈 삽입까지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보험사 측의 안내를 받고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제3 의료기관에 의료자문을 받은 것을 근거로 백내장 검사까지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대학병원에서 의료자문을 받은 결과라고 반박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며 “다시 의료자문을 받고 싶다고 하니 보험사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에 승복하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고비용 수술에 대해 ‘과잉진료’라고 규정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소비자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험사들은 과잉진료로 인해 보험금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은 보험사들이 자체 의료자문 결과를 강요하며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봉쇄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보험사들이 약관에도 없는 과잉진료를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는 소지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갑상선 관련 고주파 절제술,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관련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내용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KB생명 등 생명보험사는 물론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까지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막론하고 유사한 갈등이 빈번하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특정 수술에 대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갑상선의 경우 결절 크기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과도하게 겁을 주며 수술을 유도하거나, 백내장 증상이 없거나 미미한데도 진단 후 다른 수술을 함께 권하며 수술비용을 올린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병원에서 대놓고 어떤 보험을 들고 있는지 확인하며 다초점 렌즈 등 비급여 항목까지 보험금이 나온다는 점을 악용해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보험금 누수는 결국 선량한 소비자에게 보험료 인상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보험사들이 고액의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자체 의료자문 결과를 강요하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당초 의료자문 제도는 보험금 누수를 막아 보험료 인상 등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 취지지만 보험사가 직접 자문의를 정하고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해부터는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부지급 결정이 났는지 설명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대형병원에서 나온 결과’라는 말만 반복하며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보험사가 의료자문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동의서를 받아야 하며 이를 거절할 수도 있지만 보험사에서 마치 꼭 필요한 서류인양 사인을 강요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과잉진료는 보험사와 병원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소비자에게 이를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사실 과잉진료는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병원의 모럴 헤저드로 볼 수 있다”며 “다만 보험사가 병원에 비용을 청구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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