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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정명령에도 스마트학습지 해지방어 여전...약관만 바꿔놓고 적용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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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정명령에도 스마트학습지 해지방어 여전...약관만 바꿔놓고 적용 안해
포장 개봉이나 계정 등록 후 해지 시 위약금
  • 황혜빈 기자 hye5210@csnews.co.kr
  • 승인 2021.12.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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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재 박스 없다며 학습지 해지 방어=경남 진주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11월 17일 온라인으로 A업체의 스마트 학습지를 태블릿 기기와 교재비 포함 월 22만9000원씩 2년 납부 조건으로 계약했다. 계약 당시에는 매주 교사가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는 줄 알았지만 계약 후 태블릿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담당 교사에게 계약서에 나와 있는 대로 14일 이내 청약철회를 요청했으나 “교재가 담겨있던 박스가 없어 교재비의 1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고 안내받았다. 위약금으로 14만9000원을 납부했으나 이후에는 “태블릿 기기가 이미 로그인돼 철회가 불가능하다”며 해지를 거부했다. 박 씨는 “계약서에도 14일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고지돼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지를 거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기기 오류로 수업 못듣는데 위약금 요구=전남 여수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월 10만9000원씩 2년 약정 조건으로 B업체의 스마트 학습지를 계약했다. 이후 기기 업그레이드 명목으로 세 번에 걸쳐 10만 원씩 이용료가 추가 부과됐다. 하지만 3개월 후부터 수업을 시작하려고 앱을 누르면 강제종료되는 기기오류가 수시로 발생했다. 담당 교사에게 요청해 원격 수리도 받고 기기도 교체받았으나 마찬가지였다. 본사 고객센터를 통해 계약 해지를 요청했지만 남은 계약기간 만큼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박 씨는 “기기 오류로 인한 청약철회 요청에도 과도한 위약금을 내세워 거절하고 있다. 오류로 수업을 들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 위약금100만 원을 내야 하는 거냐”며 억울해했다.

# 앱 오류로 이용 못하는데 위약금 부과=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2020년 초 B업체 스마트 학습지를 월 10만9000원씩 2년 약정 조건으로 가입했다. 지난 10월 23일 태블릿 이용 중 앱 오류가 발생했고 이후 두 달에 걸쳐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하루 종일 앱 오류로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담당 교사에게 도움을 청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본사 고객센터는 앱 오류는 인정하면서도 시정이나 피해 보상 없이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고. 청약 철회 요청에는 “위약금 7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해 화를 돋웠다. 박 씨는 “단순변심으로 해지하려는 것도 아니고 앱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해결 받지 못했기 때문인데 위약금을 내라고 한다”며 황당해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스마트 학습지 사업자들의 불공정약관에 대해 시정조치했지만 현장에서는 청약철회에 제한이 따르는 등 소비자 피해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난 8월 교원구몬, 교원에듀, 교원크리에이티브, 대교, 아이스크림에듀, 웅진씽크빅, 천재교과서 등 7개 학습지 사업자들의 스마트 학습지 이용약관을 심사해 8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해 시정 명령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포장박스 및 상품 개봉 시 청약철회 제한 ▲학습중지 의사 밝힐 경우 다음 달 특정일에 해지 처리 및 환불금 산정 ▲환불 시 사은품 처리는 회사 별도 규정에 따르는 것 등 고객에게 불리하게 환불금을 산정하는 조항 등이다.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교재 박스가 없다거나 스마트 기기를 등록했다는 이유로 환급을 제한하거나 과도하게 위약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교원, 웅진씽크빅, 대교 등 기업들은 공정위 명령에 따라 약관을 시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교원 관계자는 "청약철회와 관련해 고객 중심으로 약관을 자진 시정해 이행하고 있다"며 "공정위에서도 약관 심사 절차를 종료했으며 현재 상품 계약 체결 시 시정된 약관에 따라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도서, 학습지 등이 복제가 용이한 상품이기 때문에 포장 개봉, 훼손, 폐기 시 청약철회를 제한했지만 공정위 시정 명령에 따라 이 같은 약관을 삭제했다는 설명이다.

학습기기 또한 포장을 개봉하거나 사용하는 경우 청약철회가 불가능했지만 단순 개봉했을 때는 14일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도록 약관을 수정했다. 다만 사용했거나 훼손 등 청약철회 제한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교원 관계자는 "학습지 등 교재는 복제가 쉽기 때문에 개별 포장을 개봉하거나 훼손·폐기할 경우 청약철회가 제한된다"며 "단 상품 확인을 위해 개별 포장이 아닌 다른 품목과의 합포장을 개봉한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약금 부과 기준에 대해선 "고객이 훼손되거나 사용 및 소비된 상품을 반환한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또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해 상품 사용 기간과 상품 상태에 따른 손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은 계약 기간 개월 수를 기준으로 위약금을 산정한다"며 "정상가격에서 약정 기간에 따라 받은 멤버십 할인 혜택을 다시 반환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제공된 태블릿 기기 오류로 인해 불편을 겪을 때도 고객센터에 연락하면 수리 및 교환 등 조치해준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에 따르면 학습지의 경우 회사는 해지의 통지가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미경과된 계약기간에 해당하는 월회비(대금)에서 동 금액의 10% 금액을 공제한 잔액을 회원에게 환급해줘야 한다.

더불어 회사의 귀책사유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위약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계약서에 있는 내용이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약관이라고 판단되면 공정위 표준약관 기준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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