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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 버튼 수리비가 80만원?...모듈 교체 방식 차 수리에 소비자 지갑 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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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등 버튼 수리비가 80만원?...모듈 교체 방식 차 수리에 소비자 지갑 탈탈
사소한 고장에도 연관 장치 전체 교체로 덤터기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1.12.2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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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강 모(남)씨는 A사 차량을 4년째 운행 중이다. 지난달부터 비상등 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아 인근 정비소를 찾았다가 수리비 80만 원을 청구받았다. 버튼 내부랑 연결된 모듈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 씨는 “손톱만한 버튼 하나 교환하면 된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점검을 요청했다가 깜짝 놀랐다”면서 “비상등 버튼 하나 고치는데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사례 2. 민 모(남)씨는 B사 전기차를 2019년 9월경 구입했다. 최근 들어 충전구가 자동으로 열리지 않아 손으로 쾅쾅 쳐야만 겨우 열리는 일이 잦아졌다. 센터를 찾아 진단 받은 결과 모듈에 문제가 생겨 통째로 교환해야 하며 비용은 30만 원 정도 소요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민 씨는 “(무상보증 한도) 주행거리 초과로 유상수리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무사고 차량 충전구 고장에 30만 원이나 지불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술 발달로 자동차에 첨단 IT 장치들이 대거 장착되면서 사소한 고장에도 모듈 등 연관 장치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차 수리로 소비자들이 수리비 덤터기를 쓰고 있다. 특히 첨단장치가 많은 전기차에서 과다 수리비 악순환이 커지고 있다. 

사례 1 비상등의 경우 버튼이 작동하지 않는 데에는 스위치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릴레이·와이어링 불량, 퓨즈 절단 등 원인이 다양하다. 원인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면 그 부분품만 교환하거나 수리하면 되는 데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을 부분품(키트) 형태보다 이른바 아쎄이라고 하는 모듈(어쎔블리) 형태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모듈 전체를 교환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문제가 없는 수많은 부분품들의 비용까지 모두 부담하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제어장치 같은 기능은 많아지고 있지만 그만큼 부품 사이즈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듈 같은 부분에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고객 과실이 아닌데 수리비가 높아지는 경우 보증기간이 지나도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대체되면서 이같은 문제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기차 부품의 경우 부품간 연관성이 더욱 높고 첨단 장비가 연결되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간단히 범퍼만 예를 들어도 전기차는 전용 디자인에 레이더, 탐지 센서 등과 결합된 경우가 많아 내연기관차보다 2배 이상 비싼 수리비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평균 수리비는 164만 원으로 내연기관차(143만 원)보다 높았다. 평균 부품비도 95만 원으로 내연기관차보다 19만 원 더 비쌌다.

B사 관계자는 "충전구의 경우 전기 신호는 작동해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에 문제가 생겨 안 열릴 수 있다. 또 충전 액츄에이터(유체 에너지를 이용해 기계적인 작업을 하는 기기)는 모듈이라 수리가 안 돼 통째로 바꿔야 해 수리비가 비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아쎄이 형태로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그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고 있는 구조다.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학과장은 “키보드를 예로 들면 ESC 버튼이 하나 망가졌다고 해서 하나만 바꾸느냐, 전체 부품을 교체하게 하느냐 이런 차이인데 업체마다 부품 정책이 달라 혼동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정비성을 좋게 만드는 것도 설계의 한 부분인 만큼 (부품 수리비 절감을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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