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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을 위한 변명...'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 이대로는 안 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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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을 위한 변명...'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 이대로는 안 되는 까닭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01.10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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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소비자권익보호를 위해 해마다 실시하던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이하 실태평가)가 3년으로 바뀌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태평가는 그동안 금감원장이 바뀔 때마다 평가방식이 변경되면서 수 차례 혼선이 빚어졌다. 최근에는 평가결과가 거의 몰려 있어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과 평가결과 발표가 계속 지연되면서 시의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이 같은 논란 속에 금감원은 또 다시 제도를 손댔고, 그 결과 주기제 평가를 도입했다. 평가 대상을 3분의 1로 줄여 각사를 3년 주기로 평가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실태평가는 매년 금융회사들의 소비자보호역량을 평가하고 이를 지표화함으로서 소비자들이 금융회사를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평가주기가 3년으로 바뀌면서 한 번에 평가를 같이 받는 금융사 숫자가 너무 적어지고, 나머지 금융회사는 아예 평가시기가 달라져  회사 간 비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평가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이런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금감원이 평가주기를 3년에 한 번으로 늘린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매년 평가에 대해 금융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금융회사 소비자보호부서 실무 직원들로부터 매년 실태평가 결과를 받자마자 또 평가를 받는 일정이 반복돼 개선은 못하고 평가만 받기 바쁘다는 하소연을 무수히 들었다.

사실 금융회사들의 저항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민원발생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금융회사들에게 그 결과를 점포에 게시하도록 하는 초강수를 뒀다가 금융권이 난리가 났던 전례가 있다. 이후 금감원장이 바뀌면서 '금융사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현재의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라는 제도가 마련됐다. 그 과정에서 종합평가라는 명목으로 지표가 복잡해지고, 상대평가가 강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이 거의 비슷한 등급을 받게 돼 평가의 핵심요소인 '변별력'이 실종됐다.

이를 두고 당시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사들이 정치권 로비를 통해 금감원을 압박해 민원평가를 무력화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후 금감원장이 계속 바뀔 때마다 실태평가는 '제도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변화를 맞다가 이제 '3년 평가'라는 기형적 제도로 탈바꿈을 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점은 이 같은 상황을 금감원, 특히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처 내 일부 부서가 정해진 인력만으로 70개가 넘는 금융사를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 문제는 과거 계량평가 중심이었던 '민원발생평가'에 금융회사들이 반발하자, 금감원이 정성평가 요소를 더한 종합평가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미 예견된 사태이기도 했다.  실태평가는 평가팀이 평가대상 회사 모두에 대해 현장 조사를 나가 책임자들과 면담까지 진행하는 등 과거에 비해 업무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과거 민원발생평가는 4월말에서 5월초에 결과가 발표됐지만, 실태평가가 첫 도입된 2016년에는 8월 말에 발표가 이뤄졌다. 이후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발표시기는 연말로 밀려 평가시점과 결과 발표 시점에 2년 가까운 괴리가 생겼다.

연말에 평가결과가 나오자마자 다음해 바로 평가가 다시 시작되면서 금감원도 금융사도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개선책을 찾을 여유도 없이 1년 내내 평가에만 시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나온 게 '3년 주기 평가'라는 악수였다. 그야 말로 궁지에 몰린 금감원이 짜낸 궁여지책인 셈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평가방식을 그대로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 비교가 불가능해진 실태평가 방식에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소비자문제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명확하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있게 인력을 확충해주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최근 몇 년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앞다퉈 소비자보호에 목소리만 높였을 뿐, 관련 인력과 예산을 늘리는 데는 무심했다.

금소처의 경우 금소처장이 부원장급으로 격상되면서 조직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민원·분쟁 담당 부서는 매년 수만 건에 달하는 소비자 민원과 분쟁처리에 몰려 있다. 금감원 전체로 봐도 감독 및 검사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과 달리, 수년 간 예산압박에 시달리며 인력 충원에 애를 먹어왔다. 그나마 2022년도 금감원 예산안 승인으로 금감원 전체에 80명의 인력이 확충됐지만 이 정도 숫자로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태평가는 소비자들이 금융회사들의 소비자보호역량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각 금융회사들도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개선된 소비자보호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적 소비자보호의 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실태평가는 금융회사에 대한 징벌적 사후관리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해 사전적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현재 금감원의 감독정책 기조와도 부합하는 제도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소비자보호 사각지대를 예방하기 위해 상품의 개발단계부터 판매, 사후관리 등 금융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보호를 위한 선제적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선제적 소비자보호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실태평가의 질을 높이는 것은 이 같은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정 원장은 취임 이후 시장친화적 행보를 보이며 소비자보호 약화 우려가 제기되자 선제적 소비자보호를 통해 오히려 금감원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금소처 내 인력 확충 등에 힘을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금감원의 예산권한을 쥔 금융위원회의 반성도 요구된다. 금융위는 소비자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지난 2018년 '금융소비자국'을 신설하는 등 자체 조직 확대에 열을 올렸지만 채용비리와 감사원 지적을 이유로 금감원 예산을 2018년과 2019년 소폭 삭감하는 등 금감원의 인력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모쪼록 실태평가가 본연의 취지에 맞게 기능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개선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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