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경기도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지난 1월 이사하며 코웨이 연수기도 이전 설치하려고 했으나 공간이 좁아 설치가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 연수기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 씨는 계약 해지를 요청했으나 위약금 24만 원이 발생했다. 이 씨는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인데 위약금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사례3=충남 서산에 사는 김 모(여)씨는 2년 넘게 쿠쿠홈시스 직수얼음정수기를 사용하다 지난해 9월 이사했다. 이사한 곳이 지하수를 사용하는 지역이라 이전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김 씨는 위면해지를 요구했지만 쿠쿠홈시 측은 “계약 해지시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위약금이 너무 엄청나 쓰지도 않는 정수기 렌탈료를 8개월 넘게 내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사례4=경기도에 사는 양 모(여)씨는 지난 1월 이사하며 웰릭스 음식물처리 재설치를 업체에 요구했다. 하지만 새 집의 경우 싱크대 하부공간이 낮아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양씨가 계약해지 및 철거를 요청하자 웰릭스 측은 “설치 불가 장소로 이사한 건 소비자 과실”이라며 위약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렌탈 가전 이용 도중 이사 등으로 이전 시 제품 설치가 어려운 데도 위약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잇따라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이 빈번하다.
소비자들은 설치 불가가 환경적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위약금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가전렌탈사 측은 정기 관리가 어려운 경우, 설치해도 본래 기능을 상실한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위약금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더우기 위면해지가 업체별로 상황별로 모두 각기 운영돼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
4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이사 등으로 정수기, 연수기, 음식물처리기 등을 이전할 수 없는 데도 위약금이 발생해 업체와 소비자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
정수기는 수도 배관 연결을 위해 공사가 필요하고, 음식물처리기 등은 싱크대 크기 차이로 설치가 안되는 경우들이 주로 해당한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쿠쿠홈시스 ▲청호나이스 ▲SK매직 ▲웰릭스 ▲현대렌탈 등 주요 가전렌탈 업체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분쟁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기인한 경우인 만큼 단순한 개인 사정으로 치부하고 모든 비용과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물품대여서비스업’ 항목에는 ▲이사로 인해 정기 관리가 어려운 지역으로 이동했거나 ▲제품 본래 기능의 상실이 우려되는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예컨대 정수기 등 렌탈 제품은 도서산간 등 사후관리가 불가능한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면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다. 또 배관식인 직수정수기는 지하수를 쓰는 곳으로 이사하는 경우 수압이 약해 제품 본래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위면해지가 가능하다.


코웨이·청호나이스·LG전자 등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바탕으로 특정 조건에 해당할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약관에 담고 있다.
코웨이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정기관리가 안 되는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 제품 본래의 기능 상실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해지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면서 "또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 관련 자료 제출 시 위약금 50%를 감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쿠홈시스는 제품 사용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이사한 경우에도 철거 시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쿠쿠홈시스 측은 "자사는 정책을 꾸준히 검토하며 고객들의 불편함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웰릭스는 홈페이지에서 렌탈이용 약관을 찾기 어려웠으나 온라인 검색 시 확인한 계약서에는 '설치 장소 이외의 곳으로 이전이 불가해 지속 사용이 불가함에 따라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되는 경우 위약금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처럼 제조사마다 이전 설치 시 위면해지 가능 기준이 다른 상황이다. 더욱이 설치가 어려워 계약을 해지할 때는 철거비는 물론 기존 할인 혜택 등을 포함한 위약금까지 소비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LG전자는 “석회수 지역 등 제품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으로 이사한 사실을 증빙할 경우, 위약금 없이 구독 해지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이사 후 공간 협소 등으로 설치가 어려운 경우에는 위약금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허경옥 인천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구독계약을 체결할 때 이사 등으로 불가피하게 계약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위약금 없이 철회가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넣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니 위약금 약관이나 규정이 적정한지 관련 기관에서 심의해 소비자들에게 과도하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손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어 "또 소비자들도 구독계약은 장기 플랜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계약을 할 때 꼼꼼히 따질 필요도 있어 보인다. 계약기간을 유지하는 동안 비용적인 측면은 물론 이 계약이 꼭 필요한 지 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