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취임 첫해인 2020년 흑자전환을 이뤄냈고 2022년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성적표를 받고 있다. 300% 이상이던 부채비율도 170%대까지 떨어졌다.
2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상반기 매출 1조8423억 원, 영업이익 1574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2%, 영업이익은 58.8% 증가했다. 모두 상반기 역대 최대다.
연간기준으로 올해 영업이익은 첫 3000억 원대가 기대된다. 매출도 처음으로 4조 원을 넘어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해외수출 확대와 생산성 증대가 견고한 실적을 이끌었다. 하반기에는 K2 전차의 폴란드 2차 계약이 기대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를 계기로 계약 체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폴란드는 지난 2022년 7월 K2 전차 1000대를 수입하는 기본계약을 현대로템과 체결했다. 그해 8월 180대를 들여오는 4조5000억 규모의 1차 계약을 맺었다.
현재 수주잔고는 19조 원으로 향후에도 실적 분위기는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 취임 전 8조9400억 원이던 수주잔고는 약 4년여 간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 수주잔고는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5년 치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사업이 부진한 철도부문도 과거 진행하던 적자프로젝트가 대부분 해소돼 향후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이 발주한 2700억 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로템의 실적 증가세는 수주 확대 외에도 ‘투명성’과 ‘효율성’을 키워드로 한 이 대표의 관리가 빛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가 2019년 말 구원투수로 등판하기 전 현대로템은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과거 철도 차량 저가 수주에 따른 것이다.
연구소, 구매, 생산 등 밸류체인 전반의 체질개선 작업을 실시했고 사업별 맞춤형 수주 활동을 통해 우량한 수주를 늘렸다. 2020년 하반기에는 제품 양산 단계에 앞서 설계 적합성을 검증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정리하고 철도 신호, 운영, 유지보수 등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해외수주 확대에 나섰다.
책임매니저 이상 관리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유휴인력을 조정하는 효율화 작업도 병행했다. 조직 구조를 38개 실에서 28개로 줄이고 임원수도 20% 감축했다.
구조조정 실시에 따른 사기저하를 막기 위해 이 대표는 창원 공장 현장 방문 빈도를 늘렸다. 수소전기트램, 수소충전인프라와 무인차량 등의 신사업을 추진하며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효율성 차원에서 직원을 정리했지만 수주가 확대되면서 다시금 채용을 확대했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수는 3938명으로 이 대표 취임 당시 3561명 보다 오히려 10.6%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3년도 109억 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6.8%. 2012년도 106억 원을 배당한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현대로템의 배당으로 지분 33.77%를 보유한 현대자동차는 약 37억 원을 배당받았다.
특히 올해는 부채비율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77.5%로 지난해 말 218.2% 대비 40.7%포인트 낮아졌다. 이 대표 취임 전에는 362.6%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각 사업 부문별 프로젝트의 안정적 수행과 생산효율화 등으로 견조한 실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 확대에 대해선 “수주 특성상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