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2 강원도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2021년 구매한 B가전업체 냉장고의 홈바 결착 고리가 떨어져 AS를 신청했다. 수리기사는 "해당 부위만 개별 수리가 불가해 냉장고 문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김 씨는 "플라스틱 하나 떨어진 것 뿐인데 AS 비용이 40~50만 원 든다더라. 일단 테이프로 고정시킨 채 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B가전업체 측은 "홈바 결착 고리는 냉장고 문과 일체형이 아닌 별도 부품으로 만들 경우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흔들림이나 덜컹거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국소 부분을 소모품처럼 뺐다 끼울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례3 서울 성북구에 사는 최 모(여)씨는 1년 전 구매한 C가전제조사의 오븐레인지 문 손잡이가 떨어져 수리를 맡겼다. 최 씨는 단순히 손잡이만 다시 끼워넣거나 새 손잡이로 교체될 줄 알았으나 문 전체를 바꿔야 해 8만 원의 비용을 안내받고 깜짝 놀랐다. 최 씨는 "문 내부에 나사가 있고 손잡이와 일체형이라 문을 바꿔 달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며 기막혀했다. C업체 관계자는 "도어부를 뜯으면 재조립이 어려워 나사만 조일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증기간 이내여도 소비자 과실의 경우에는 유상으로 서비스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가전제조사들이 공정 간소화, 비용 절감 등 이유로 가전제품 부품을 '모듈화'(반제품화)하면서 소비자들이 과도한 수리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모듈화 제품은 여러 부품을 기능별로 몇 개의 큰 덩어리(모듈)로 묶어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공정이 간소해지고 원가가 절감되지만 소비자로선 작은 고장에도 전체 모듈을 함께 교체해야 해 불필요하게 비싼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에 내몰리는 셈이다.
4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 대형가전부터 오븐레인지, 청소기, 밥솥, 커피머신, 휴대전화 등 다양한 가전제품의 부품 고장 수리 시 과도한 비용을 요구받았다는 소비자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TV 패널, 냉장고 문 일부 버튼이나 전면 강화유리, 밥솥 증기가 나오는 부분, 휴대전화 충전 단자, 휴대전화 음량 조절 버튼 등 일부가 고장나도 그 부분이 포함된 전체 모듈을 교체해야 해 예상보다 수리비가 높게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 문 전면 강화유리가 깨진 경우 해당 부위만 새로 끼워넣으면 될 거라 생각하나 실제로는 도어와 강화유리가 일체형이라 문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식이다.
품목이 다양한만큼 삼성전자, LG전자, 오텍캐리어, 위니아, 쿠쿠전자, 쿠첸 등 대부분 가전사들이 이같은 문제로 소비자와 분쟁을 겪는다. 소비자들은 사소한 고장으로 전체를 교체하는 것은 필요없는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는 일이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쿠쿠전자 등 가전사들은 일체화된 부품을 납품 받아서 완제품을 만든 경우엔 일부가 고장났다고 해서 그것만 교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자 일부 제품에 한해서는 분리 수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1일부터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단품 수리’를 제공하는 서비스센터를 기존 147곳에서 158곳으로 늘렸다. ‘디스플레이 단품 수리’는 디스플레이 부품과 테두리, 케이스 등을 분해해 필요한 부품만 교체하는 수리 방식으로 삼성이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실제 올해 1~4월 디스플레이 단품 수리를 이용한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모듈수리만 가능했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지난 2017년부터 분리 수리해왔다. LCD TV는 과거 LCD 패널이 고장나면 뒤편의 조명 부품(LED Array)도 함께 수리해야 했으나 개별 부품별로 수리가 가능토록 바꿨다는 것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가전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충분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