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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두 CEO' 금호생명 vs 하나로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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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두 CEO' 금호생명 vs 하나로통신
"소비자불만 한 건도 놓치지마" - "불만 홍수 난들 어떻게 해'"
  • 백상진 기자 psj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4.04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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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길(55) 금호생명 사장과 박병무(46) 하나로텔레콤 사장. 모두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나란히 지난해 해당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최 사장은 대구상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상업은행의 행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한빛은행 전략기획단장, 우리은행 부행장 등을 거쳐 금호생명 상무·부사장을 지냈다. 특별한 ‘배경’ 없이 행원에서 CEO까지 오른 것이다.

이에 비해 박 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법대를 수석입학하고, 사법고시를 최연소로 합격했다. 이어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 법률회사 김&앤장의 M&A(인수합병) 전문 변호사,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사장, 뉴브리지 캐피탈 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CEO로서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어떨까. 놀랍게도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엇갈리고 있다. 무엇때문일까.

답은 매우 심플하고 명료했다. 단 한 사람의 고객 목소리라도 CEO가 어떻게 듣고 행동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최 사장은 고객의 민원을 발벗고 나서 해결했다.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사례 한 토막. 지난달 20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올라온 금호생명 관련 소비자 제보가 1건 올라왔다. 충남 당진에 사는 금호생명 고객의 민원이었다.

민원의 내용은 단순했다. 보험금을 내러 간 고객에게 당진지점 담당자가 고객을 무시하는 듯한 말은 했다는 것이다. 정중한 사과 한 마디로 끝날 수 있는 ‘사소한’ 것이었다.

이 내용은 즉각 금호그룹 홍보담당 임원과 금호생명 홍보담당자에게 통보됐고, 중부(대전)본부장에게도 전달됐다.

그러나 담당자가 고객에게 형식적으로 사과한데다가 불쾌감까지 주는 바람에 24일 2차 민원이 신문사와 해당 회사에 올라왔다.

이를 보고받은 최 사장은 당일 오후 고객민원담당 이사를 대동하고 고객이 일하는 가게에 직접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하고, 담당자를 중징계조치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고객관리를 소홀히 한 직원을 일벌백계한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회사의 한 직원은 “담당자(지점장)에게 약간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험회사로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비자 불만 양산 공장’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올라온 2000여건의 제보중 100여건이 하나로텔레콤에 관한 것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건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불만은 여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연맹 등 다른 소비자관련 사이트에도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가장 큰 불만은 ‘중재 창구’가 없다는 것. 특히 해지를 위해 고객센터와 통화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소비자들은 불평한다.

두 번째는 어렵게 연결이 되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객불만처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일부는 하나로텔레콤의 영업점의 상당수가 외주형태로 되어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외주업체가 고객확보를 위해 ‘막가파식’ 영업을 하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하고, 이를 본사 인력이 처리하지 못해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불만이 너무 많이 쏟아져 다른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실제 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음을 실토했다.

이는 결국 최고경영자인 박 사장이 소비자의 소리에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고객에 대한 CEO와 임직원의 태도는 회사 실적으로 반영됐다.

금호생명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총 자산 5조원을 돌파했다. 지급여력비율도 290%로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속에서도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해 매출액 1조7233억원으로 전년대비 19.3% 증가했다. 당기순손실도 860억원으로 전년도의 2088억원에 비해 58.8% 개선됐다.

그러나 영업이익 308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42.1%나 감소했다. 외형은 커진 대신 이익은 감소하는 ‘부실 성장’을 한 것이다.

‘머리좋은’ 법조인에서 기업경영인으로 변신한 박 사장이 앞으로 하나로텔레콤을 어떤 회사로 만들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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