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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친구집을 쑥대밭으로 만든 10대들 "피해액도 상상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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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친구집을 쑥대밭으로 만든 10대들 "피해액도 상상초월"
  • 박기오기자 ko820@csnews.co.kr
  • 승인 2011.12.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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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교수로 가족과 함께 지난 8월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던 주모(48)씨는 출국한 지 2달쯤 지난 10월24일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전달받았다. “집이 너무 시끄럽고, 악취가 난다”는 이웃 주민의 항의가 접수됐다는 것이다. 주씨는 11월3일 급히 부산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고급 소품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두었던 아파트가 마치 폭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던 것이다.

집 내부는 쓰레기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방 6개와 거실에는 이불·옷가지·가재도구가 널브러져 있었고, 먹다 남은 음식으로부터 나온 악취가 온 집안에 진동하고 있었다.

진열장에 있던 고급 양주는 전부 빈병이 된 채 거실 한가운데 모여 있었고 벽에 걸려 있던 고급 미술품은 누군가 ‘격파’했다.

아연실색한 주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결과 주씨의 집을 흉가로 만든 범인은 중학교 1학년 딸의 친구 박 모(13) 양이었다. 주씨 가족이 1년간 외국에 머물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박 양은 주씨의 집을 드나들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어깨 너머로 몰래 외워두었다.

주씨의 가족이 8월 26일 출국하자 박 양은 사흘 뒤인 29일부터 주씨의 아파트를 제 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4~5명이 주씨의 집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메신저를 통해 입소문이 퍼졌고, 부산에서 소위 ‘일진’이라는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지트가 된 주씨의 집에서 20여명의 학생은 2달 동안 음주와 각종 탈선행위를 했다.

급기야 용돈 마련을 위해 집에 있던 현금 200여만원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3000여만원어치를 훔쳤다.

피해 물품에 정확한 가격 판단이 어려운 미술품 등이 끼어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훨씬 상회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주거지 무단침입 등의 혐의로 이번에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학생만 6개 학교, 22명. 경찰이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이들을 검거해 공범 여부를 조사하는 데만 2개월이 걸렸다.

경찰은 “처음에는 하나 둘 모였는데, 규모가 커졌고 집안이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학생들은 대부분 평소 가출이 잦았고, 결손가정 출신도 많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집이 비어 있어 잠시 머물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해운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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