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공유 서비스 쏘카를 이용한 소비자가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며 40만 원 과태료 청구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불법주차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져 애꿎은 소비자만 고통받은 걸로 드러났다.
특히 쏘카 측은 블랙박스 영상 제공을 요청한 소비자에게 압수수색 영장 등이 필요하다며 거절했는데 알고 보니 영상이 삭제된 뒤였던 것으로 확인돼 기업의 도덕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상남도 거제시에 사는 유 모(여)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쏘카로 대여한 티볼리를 이용했다. 다섯 시간 가량 사용 후 지정해준 장소에 주차하는 것으로 정상 반납했다.
그런데 20여 일이 지난 후 쏘카로부터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며 과태료 청구 통보가 왔다. 장애인 주차장 두 칸의 정 중앙에 후면 주차한 사진이 국민신문고에 올라왔다고 제시하며 '장애인 주차구역 방해행위주차'로 과태료 40만 원을 청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진에는 찍은 날짜와 시간이 적혀있지 않았다.
주차 당일의 블래박스 영상 공개를 요청했으나 "영상이 삭제됐을 수 있다", "시간이 오래돼서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거절했다. 급기야는 "블랙박스 영상의 경우 개인적인 목적으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압수수색영장 또는 법원명령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유 씨는 "사건이 발생한지 20일이 지나서야 일방적으로 과태료를 통보한 점, 블랙박스 영상 제공을 거부하는 점, 국민신문고 앱에 신고된 불법주차 사진이 언제 찍힌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데 다음 이용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기막혀 했다.
◆ 알고 보니 다른 이용자가 주차...애꿎은 소비자만 극심한 스트레스
취재 결과 주차장 CCTV를 통해 실제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유 씨가 차량을 사용하기 이틀 전 다른 소비자가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량을 주차시키는 모습이 CCTV에 확인됐다. 운전자가 명확히 밝혀진 만큼 쏘카에 부과된 과태료는 철회되고 운전자에게 직접 청구될 예정이다.
쏘카 측은 지자체의 실수라고 항변하면서 소비자에게 사과한다는 입장이다.
쏘카 관계자는 "관할 지자체가 과태료 부과 과정 자체에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현재 이와 관련해 지자체와 협의 중인 상황이다. 협의가 완료 되는대로 최종 정리된 내용과 함께 요금 납부 의무 종결에 대해 고객에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고객이 과태료 위반 사실이 없다며 소명을 원할 경우 쏘카 측에서 우선 과태료에 대한 추가 요금 청구를 보류하고 고객 요청에 따라 블랙박스 및 CCTV 영상 등 상세사항을 확인함으로써 과태료가 잘못 부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쏘카가 과태료에 대해 엄격한 사실관계 파악 후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과태료 부과시마다 일일이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블랙박스 영상조차 상황 파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쏘카는 통상 블랙박스 영상을 10~14일 정도만 보관한다. 이번 사건 역시 20일이 지난 시점이라 영상은 이미 지워진 후였다.
영상 보유기간이 짧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상 보유기간을 늘리거나 사실관계 파악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블랙박스 영상 제공시 압수수색영장 또는 법원명령서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가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그렇게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을 시 엄격한 사실관계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블랙박스 영상 보관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