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해 11월 친구들끼리 사이판 여행을 계획하며 3월 7일 제주항공 사이판행 티켓 6장을 예매했다.
지난 15일 재확인차 접속한 홈페이지에서 항공편 운항이 다음 날인 8일 오전으로 바뀐 것을 확인했다.
이 씨는 “우리에게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는데 항공기 일정이 바뀌었더라”면서 “7일 예약한 숙소가 환불이 되지 않는 곳이라 제주항공에 7일 출발로 바꿔주거나 숙박비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두 가지 다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의 일방적인 변경인데 왜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구입한 항공권의 일정이 다양한 원인으로 달라질 경우 부대 비용을 보상받을 수있을까?
그럴 때 항공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보상을 진행한다. 국내선 '운송 지연'인 경우 1시간~2시간 이내는 해당 항공료 운임의 10%, 2시간~3시간 이내는 20%, 3시간 이상은 30%를 배상해야 한다. 국제선은 2시간~4시간 이내인 경우 10%, 4시간~12시간 20%, 12시간이 지났다면 30%를 배상해야 한다.
예외가 있다면 ▶기상상태 ▶공항 사정 ▶항공기 접속관계(항공편 지연 결항 시 다음 항공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 등의 경우다. 항공사가 지연 결항의 사유를 증명한 경우에는 여행객에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이번 사례의 경우는 어떤 사유였을까. 제주항공 측에 따르면 항공사 사유에 따른 일정 변경으로 보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제주항공 측은 “3월 1일부터 27일까지 사업 계획 변경 때문에 몇 개 노선의 일정 조정이 이루어졌다. 3월 29일부터 동계가 끝나고 하계시즌이 시작하는데 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일 인천~사이판행을 예약했던 고객들에게는 지난 17일부터 연락을 돌렸고 이 씨에게도 이후 안내했다. 항공사 사유에 따른 변경이기 때문에 환불을 원하면 전액 수수료 없이 환불을 돕고 있다. 기존 출발은 22시10분이고 변경된 시각은 8일 10시10분이다. 변경 스케줄로 간다면 12시간 이상 지연이기 때문에 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해당 항공료 운임의 30%인 7만 원을 보상금으로 드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숙박 보상은 규정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타 항공사들 역시 위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숙박 보상까지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애초 예외사항이 아닌 항공사 사유로 일정이 바뀌는 것 자체가 흔한 경우가 아니다. 만약 발생한다 해도 숙박 보상까지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숙박업소의 규정이 잘못됐을 수도 있기에 안타깝지만 항공사에서 숙박 보상까지 해주기는 어렵다. 여행자보험에 가입됐다면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국제운송약관에도 ‘시간표 또는 기타 유인물 등에 표시되는 시간은 예정에 불과한 것으로서 보증되지 않으며 운송계약 일부를 구성하지 않는다. 일정은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다’고 적혀 있어 불공정 약관 여지를 따지기 어렵다.
다만 여행 전 여행자보험에 가입해두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보험 상품은 보장항목·조건에 따라 4시간 이상 항공기 출발 지연 결항 등의 사고 발생 시 가입자가 추가로 부담한 비용을 보상해 주기도 한다. 영수증이 있다면 지연 시간에 따라 식비·통화비 등의 보상도 가능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