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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초등학생이 당근 거래...유괴 등 범죄 노출 우려에도 미성년자 가입 제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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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초등학생이 당근 거래...유괴 등 범죄 노출 우려에도 미성년자 가입 제한없어
업체 "만 14세 미만 부모 동의 있어도 서비스 불가" 주장
  • 황혜빈 기자 hye5210@csnews.co.kr
  • 승인 2022.01.31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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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성남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조카의 휴대전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11살 초등학생일 뿐인데 당근마켓에 가입해 부모 몰래 물품을 거래하고 있던 것. 가까운 동네 주민과 쉽게 직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유괴 및 납치, 사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가입 연령에 제한이 없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김 씨는 “11살 아이가 당근마켓에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다른 플랫폼들은 만 14세 미만일 경우 가입에 제한을 두는데 연령 제한이 없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초등학생들도 부모 동의 없이 거래를 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본인 인증을 하지 않아도 가입이 가능한 당근마켓의 경우 만 14세 미만 가입 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거치는 시스템도 없는 허술한 상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의 중고 거래 플랫폼 중 당근마켓만 만 14세 미만 청소년의 가입에 제한이 없다.

온라인에서는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고가의 물품을 판매한다고 해 찝찝해서 구매하지 않았다거나 자녀가 고가의 물품을 판매하려고 하는 것을 적발했다는 등의 글들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쉽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담배 등 미성년자 구매 금지 물품을 대신 사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법상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만 14세 미만 청소년이 물품 등의 거래를 했을 경우 언제든지 거래가 파기될 수 있다.

만 14세 미만 청소년 본인이나 부모 등 법정대리인이 거래 취소를 원한다면 하면 상대방은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 14세 미만과 거래를 했다가 되레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괴 등 위험한 범죄 상황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만 14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가입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당근마켓은 현재 별도의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만 14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원칙적으로 회원가입이 불가능하다”라며 “휴대전화 본인 인증을 거치기 때문에 이 절차에서 걸러진다”고 설명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사전 법정대리인(보호자 등)을 통해 아동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 및 처리 동의를 받는 과정과 법정대리인의 정보를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회원가입이 불가하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운영정책상 14세 이상 이용자부터 이용할 수 있으며, 만 14세 미만은 부모 동의가 있어도 가입이 제한된다. 부모 동의가 있어도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도록 제재 수위를 더욱 엄격한 수준으로 정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 14세 미만 이용 불가에 대해서는 가입 단계에서 안내하는 것은 물론 이용약관, 이용자 가이드라인, 공지사항에도 명시하고 있다"며 "내부 모니터링과 이용자 신고 등을 통해 만 14세 미만이 확인될 경우 탈퇴 및 제재 조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행법에 따라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없이 거래한 경우, 부모가 환불이나 거래 취소를 요청하면 거래 취소가 될 수 있다"며 "당근마켓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하면 거래 당사자를 연결해 거래 취소 상황을 알리고 중재하며,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위원회로 연결돼 중재가 이어진다. 당근마켓은 이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법적 절차에 따라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근마켓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거나 가입을 제한하는 시스템은 없는 상황이다. 간편하게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가입 절차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본인 인증을 거치지 않으면 거래 상대방도 연령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거래 파기 등 피해를 겪을 수 있고 미성년자 본인도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며 "미성년자의 거래 활동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농후하기 때문에 플랫폼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방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만 14세 미만의 가입을 막도록 강제하는 건 플랫폼의 자유를 막는 일이지만 부모의 사전 동의를 유도하도록 할 필요는 있다"며 "부모의 관리감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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