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등 대형 가전업체를 사칭해 공식 온라인몰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사기 사이트가 판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공식 판매 사이트와 전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치밀하게 꾸며놓고 현금 결제 유도 후 잠적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공식몰에서 과도한 할인율로 구매를 유도할 때는 사기 사이트일 가능성이 있으니,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사후 피해 구제를 위해 유리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네이버쇼핑에서 최저가로 나온 LG전자 가전제품이 품절돼 판매자가 안내한 '사이트'에서 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
판매자는 "네이버쇼핑 물량은 없고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며 유인했다. LG전자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로 알고 현금으로 물건을 구매한 후 배송되기만을 기다렸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 쇼핑몰 고객센터는 없는 번호로 나왔고 사이트도 폐쇄된 상태였다.
이 씨는 "네이버쇼핑에는 신고해 정지된 상태다. 사이트 주소도 'lg-on.com'이고 공식몰이라고 돼 있어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뿐만 아니라 경기도 평택시에 사는 홍 모(남)씨 역시 같은 사이트에서 무통장 입금으로 가전을 구매했으나 결국 받지 못했다.
해당 판매 사이트를 직접 살펴보니 상단 좌측에 LG전자와 동일한 로고가 있고 공식 온라인몰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게다가 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등 대형 가전을 시중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수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이트 하단에 기재된 대표 전화는 없는 번호였으며 회사 위치도 실재하지 않는 허위 주소였다. 물품 대금 결제도 무통장 입금으로만 가능했고 입금 계좌도 사이트 대표자의 개인 계좌였다. 업체의 오픈 채팅방에 여러 차례 사이트 진위 여부를 요청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이 사이트는 대전 소재 LG전자 대리점의 사업자 등록 번호를 도용·기재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사이트와 전혀 관계가 없는데 피해를 입었다는 대리점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면서 "이미 사이버 경찰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고객 피해가 예상되니 허위 사이트를 막아달라고 수차례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해당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개인 SNS, 커뮤니티 등에는 허위 판매 사이트에서 가전을 구매하려다 발등 찍힐 뻔한 소비자들의 후기가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허위 판매 사이트라고 지적한 부분은 ▲판매 제품이 지나치게 저가 ▲스마트 스토어 판매자가 다른 판매 사이트 유도 ▲무통장 입금 유도 ▲물품 대급 입금 계좌가 개인 계좌 등이다.
삼성전자 명칭의 스마트 스토어에서 가전을 구매하려 했던 김 모(남)씨는 "세탁기를 최저가로 팔고 있어 관심이 갔다. 그러나 다른 판매 사이트로 유인하는 것은 물론 무통장 입금만 가능하고 개인 계좌로 입금을 요구해 의심이 들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업체 대표자 이름이 갑자기 바뀌어 있고 판매 사이트도 돌연 폐쇄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판매자가 안내한 사이트 주소가 'http://samsung-digitalmall.com'여서 공식몰로 오인했다.
롯데온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로 유입되는 소비자들에게 ‘현재 재고가 모두 매진됐으니 본사 사이트에서 구입해 달라’며 'lotteston.com'으로 유인했다. 소비자들은 실제 '롯데온'과 인터넷 주소가 비슷해 사칭 사이트로 의심하지 못했다고.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의 사업자번호는 미등록 번호였다. 업체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이며 고객센터 담당자는 “디도스 공격을 받아 시일 내로 복구할 것”이라고 둘러댔다.
롯데온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더불어 사측도 함께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현재 담당자가 이번 사안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허위 판매 사이트로 인한 피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대전에서 20대 3명이 가짜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 1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건조기와 세탁기 등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것처럼 허위 사이트를 꾸몄다. 이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전자제품 판매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한 뒤 이곳을 통해 문의해오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며 가짜 사이트로 유인하는 수법을 썼다.
같은 해 5월과 12월에는 스포츠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 사칭 사이트가 등장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상품 구매 후 배송이 되지 않거나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등 내용이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식 판매점도 이를 보증하는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판매점별로 사이트에 게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오픈 마켓별 판매자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직접 공식 등록 업체를 찾아볼 수 있도록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물품을 구매하기 전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판매업체 사업자번호를 조회해 통신판매업자로 등록해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곳인 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또 인터넷 후기 등을 찾아 해당 사이트 관련 피해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 사기 업체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며 "물품을 구매할 때 현금 계좌 이체로 대금을 지급하면 추후 피해 구제가 어려울 수 있으니 가능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해 구매 영수증이나 매출 전표를 미리 확보해 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