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소비자분쟁 the50 ⑨] 아파트 유상옵션은 '낙장불입'…건설사들 '취소 절대 불가' 손사래
상태바
[소비자분쟁 the50 ⑨] 아파트 유상옵션은 '낙장불입'…건설사들 '취소 절대 불가' 손사래
약관상 계약해지 가능하나 조건 엄격
  • 이설희 기자 1sh@csnews.co.kr
  • 승인 2026.03.05 0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사례1=충남에 사는 이 모씨는 국내 도급 순위 5위권 내 유명 건설사 A사가 시공한 신축 아파트를 계약하며 유상 옵션으로 신청한 인덕션을 취소하려다가 위약금을 청구 받고 억울해했다. 이 씨는 준공 시기가 2027년으로 아직 2년여가 남은 상황이라 업체 측에 실제 발주가 이뤄졌는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 씨는 "발주도 하지 않았는데 무조건 계약서상 취소 시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례2=경기도에 사는 김 모씨 역시 국내 도급 순위로 한 손가락에 꼽히는 유명 B사 시공 아파트 분양 계약 후 옵션 취소를 두고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유상옵션으로 선택한 에어컨과 주방 항목 가격이 과도하다고 생각해 해지하려 했지만 거절당한 것. 김 씨는 "관련 규정상 공사 착공 전에는 옵션 취소가 가능하고 계약서에도 취소 가능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입주하려면 2년이 넘게 남은 상황인데 구체적인 근거 없이 취소가 안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사례3=경기도에 사는 채 모씨는 도급 순위 최상위권 C사 신축 아파트 분양 사무실에서 발코니 확장 등 여러 건의 유상 옵션 계약을 맺었다. 입주 예정일 7개월을 앞두고 선택항목 중 오븐(40만 원)을 식기세척기로(85만 원)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절대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 차액 및 위약금을 지불하겠다고 했으나 소용 없었다. 채 씨는 "아직 옵션 가전이 설치된 것도 아닌데 절대 불가하다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계약 과정에서 선택한 유상 옵션 계약 철회를 둘러싼 소비자와 시행사, 시공사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관상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차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6년 아파트 옵션 거래와 관련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 옵션 발주나 공사를 착수하기 전까지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행에 착수하는 시기'를 ①건설업체가 옵션 상품을 아파트에 설치하는 시점 또는 ②고객이 중도금을 납부하는 시점으로 봤다. 제도상으로는 옵션 계약이 주택 공급 계약과 분리된 독립 계약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부영주택 △서희건설 △한신공영 등 19개 사업자가 고객의 해제권을 제한하는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관행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옵션 취소 의사를 밝혔음에도 발주나 시공이 강행되거나 취소 요청 이후 옵션을 설치해 철회를 원천적으로 막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믿고 계약했지만 실제로는 선택권이 없는 구조라는 불만이 이어진다.

옵션 계약 구조도 분쟁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베란다 확장처럼 시행사나 시공사와 직접 계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델하우스에 입점한 외부 옵션업체와 별도로 계약했다가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취소 분쟁 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지면서 소비자와 시행사, 옵션업체 간 책임 공방으로 번지는 경우가 상당수다.

◆ 선분양 구조 특성상 옵션 물량 사전 발주...취소하면 손실 불가피

시행사와 시공사는 선분양제라는 국내 분양 시장 특성상 옵션 물량을 사전에 발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옵션 취소가 발생하면 이미 발주된 자재와 공사 일정 변경으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계약 물량에 따라 옵션 업체와의 계약 조건이 달라지는 만큼 공사 착수 전이라도 취소가 쉽지 않다는 논리다.

유상 옵션을 둘러싼 분쟁의 근본 원인으로는 표준약관 부재가 지목된다. 옵션 취소 가능 시점과 위약금 기준, 품질 하자 발생 시 책임 범위 등이 건설사별·사업장별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계약 단계에서 소비자가 정확한 권리 범위를 인지하기 어렵고 분쟁이 발생하면 개별 계약서 해석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구조다.

A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장에 따라 옵션계약은 시공사가 아닌 시행사 등 발주자가 직접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며 "표준계약서에 계약 해지 시 위약금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으며 해당 내용은 표준 계약서의 내용으로 대부분 분양 시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B건설사도 “옵션 계약의 경우 중도금 납부가 시작되면 위약금을 내고도 취소가 불가능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옵션 세부 항목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옵션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취소 의사를 밝혔는데도 공사를 진행했다면 사실상 분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럴 경우 최종적으로는 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고 소비자 권익 보호가 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