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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 닮은 라이브커머스, 허위·과장 광고 무법지대?...방송법 아닌 전상법 적용으로 규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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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 닮은 라이브커머스, 허위·과장 광고 무법지대?...방송법 아닌 전상법 적용으로 규제 구멍
규제 사각에 소비자 피해 잇따라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4.07.08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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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경기 구리시에 사는 장 모(여)씨는 지난 5월 네이버쇼핑 라이브를 통해 에어써큘레이터를 11만 원에 구매했다. 행사의 테마가 ‘원플러스 원’의 의미로 해석되는 ‘원쁠딜’이라고 기획돼 있어 1개를 구매하면 당연히 1개를 더 증정해주는 줄 알았다고. 그러나 상품은 1개만 배송됐다. 장 씨가 판매자에게 문의해보니 “네이버 이미지만 빌린 것일 뿐, 실제 혜택은 1만 원 할인, 1만 원 적립금 지급”이라고 했다. 장 씨는 “다른 선풍기 사려다가 원쁠딜 행사를 한다고 해서 구매했는데 과대광고에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2= 제주시에 사는 윤 모(여)씨는 지난해 10월 네이버 쇼핑 라이브의 사전 공지를 통해 온수 매트를 40% 할인 한다는 광고를 봤다. 이틀을 기다린 라이브 방송에서는 ‘40% 할인’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판매했다. 구매하려고 보니 할인 없는 정가로 책정돼 윤 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고. 결국 판매자는 가격을 낮췄지만 겨우 1만 원 할인으로 40%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 가격이었다. 윤 씨는 “사전 공지를 보고 며칠을 기다렸는데 가격을 말도 없이 바꾸는 게 어딨느냐. 네이버 측 검열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으나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쇼호스트가 영상을 통해 제품을 소개한다는 측면에서 TV홈쇼핑과 유사하다. 그러나 방송법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 진입장벽이 높은 TV홈쇼핑과 달리 라이브커머스는 전자상거래법(전상법)이 적용돼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품질 불량이나 계약 불이행, 반품 거절 등 피해가 발생해도 판매자의 '실수' 등으로 무마되거나 플랫폼 측에도 책임의 무게가 덜해 소비자가 판매자와 직접 다툼해야 하는 상황이 잦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성장세인 만큼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라이브커머스 10조 시대...네이버·카카오·쿠팡 주도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 기간 네이버, 카카오, 쿠팡이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뛰어들며 급성장해 3사가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증권가 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20년 4000억 원 규모에서 2022년 6조2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약 1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는 2020년 7월 ‘네이버쇼핑 라이브’를 론칭한 지 3년만인 지난해 8월 누적 거래액 1조8000억 원을 돌파했다. 카카오는 2020년 10월 ‘카카오쇼핑 라이브’를 정식 출범했다. 누적 거래액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2022년 거래액은 284억 원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2021년 1월 ‘쿠팡라이브’를 론칭했다. 누적 거래액, 조회수 등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라이브커머스 규모가 점점 커지고 경쟁자가 늘면서 최근 네이버, 카카오, 쿠팡 3사는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키우기 위해 판매자 혜택을 늘리는 등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판매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 인하, 메인 노출 등 라이브커머스에 참여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집중하고 있다. 

◆ TV홈쇼핑과 유사, 방송법 규제는 비켜가...이용자 피해 구제는 요원

온라인 플랫폼들도 앞다퉈서 시장 키우기에 나섰으나 그에 따라 파생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에서 나타나는 소비자 피해 양상은 일반 온라인몰과 다르지 않다. 다만 여기에 더해 라이브 방송 특성상 쇼호스트의 즉흥적인 언행 등이 여과 없이 송출되는 점은 큰 문제다. △허위과장광고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언행·장면에 소비자들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방송 중 사은품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당첨되고도 오류였다며 지급하지 않는 피해 사례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라이브커머스에서 이같은 소비자 불만이 발생하는 데는 방송법과 같은 엄격한 규제에서 비켜나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라이브커머스 사업자들은 통신판매중개업자에 해당돼 통신판매중개의뢰자인 입점업체에 비해서도 규제가 느슨하다. 

홈쇼핑 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자체적인 심의 기구를 두고 방송 전 상품이나 언어의 표현, 배경 음악 등을 심의해야 한다. 

방송법 제86조(자체심의)에는 △방송사업자는 허위, 과장 등 시청자가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방송광고를 방송해서는 안 된다 △방송사업자는 자체적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심의할 수 있는 기구를 두고 방송 전에 이를 심의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에서는 TV홈쇼핑에서는 금지된 '최고' '마지막 할인' 등 같은 표현을 남발하거나 선정적인 표현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게 가능한 셈이다.

◆ 전문가들, 전상법 내 라이브커머스 규제안 추가 필요

네이버, 카카오, 쿠팡은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소비자와 판매자 간 갈등이 발생하면 적극 중재에 나선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책임을 최소한으로 한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시청자 규정에는 '창작자(판매회원)가 진행하는 라이브 이벤트의 내용, 실제 진행 여부, 지급 조건, 지급 여부 및 이벤트를 위해 창작자(판매회원)가 등록한 콘텐츠 등과 관련해 네이버는 일체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관련한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카카오는 '라이브 이벤트는 진행하기 전에 판매자 사정상 취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쿠팡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쿠팡은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이며 개별 크리에이터가 제공하는 상품정보/설명/평가 등은 쿠팡의 의도/견해와는 다릅니다'고 안내한다.

네이버 측은 “부당한 광고 행위 등이 사실일 경우 쇼핑라이브 정책 기준에 따라 페널티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쿠팡, 카카오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자체 소비자 중재 프로세스 등에 따라 소비자와 판매자 간 중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상품의 정보나 약관을 쉽게 알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전상법 등에 라이브커머스 적용 규정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형석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은 "라이브커머스는 홈쇼핑처럼 방송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 규제에 있어 비교적 느슨한 건 사실"이라며 "전상법 규제를 받고 있으나 방송이라는 특성상 상품에 대한 약관이 글이 아닌 쇼호스트의 말로만 언급돼 소비자가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우선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TV홈쇼핑과 달리 라이브커머스는 방송을 클릭하는 사람만 본다는 특성이 있어서 TV홈쇼핑과 동일한 차원의 규제는 쉽지 않다. 다만 일반 온라인 쇼핑과 라이브커머스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재 전상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새로운 규정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1년 2월 양정숙 의원이 '라이브커머스 피해 구제 위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개정안의 내용은 소비자가 라방을 열람·보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라방을 통한 물품을 구매했을 때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쉽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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