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전상법' 위반 소지에도 온라인몰 옷·신발 택 제거, 박스개봉 이유로 반품 거절 일쑤
상태바
'전상법' 위반 소지에도 온라인몰 옷·신발 택 제거, 박스개봉 이유로 반품 거절 일쑤
상품 확인 포장 훼손은 청약철회 가능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4.07.29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례1=대전 서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올 7월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 공식몰에서 선글라스를 60만 원에 구매했다. 선글라스 코 받침에 달린 제품 택을 제거하고 착용해 보니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휜 불량 제품이었다. 고객센터에 연락해 이미지와 함께 불량임을 밝히고 반품을 요청했지만 상담사는 “택 제거 시 반품이 안 된다. 또 이 정도의 다리 휘어짐은 불량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답해 환불을 받지 못했다. 이 씨는 “제품 택을 제거하지 않으면 사이즈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데 이를 근거로 반품을 제한하는 건 부당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사례2=경기 하남에 사는 김 모(남)씨도 올 7월 폴로 랄프로렌 코리아 공식몰에서 10만 원의 허리 벨트를 구매했다. 벨트 사이즈가 작아 사이트 내 버튼을 통해 반품을 신청한 뒤 제품이 회수됐지만 며칠 뒤 고객센터에서 “제품 택을 제거해 환불이 불가하므로 반송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김 씨가 “교환도 불가하느냐”고 반문했지만 상담사는 “새로 구매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답할 뿐이었다. 김 씨는 “소비자를 구제할 위한 방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 사례3=전라남도 완도군에 사는 정 모(남)씨는 지난 5월 회사와 제휴된 복지몰에서 100만 원의 로보락 청소기를 구매했다. 시골에 위치한 부모님 집에 두려고 했지만 달려온 설명서에는 “인터넷 미설치 장소는 사용이 적합하지 않다”는 문구가 있어 로보락 측에 요청해 반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스를 개봉해 반품이 불가하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정 씨는 “한두 푼도 아닌데 박스를 개봉했다는 이유로 환불을 거절하면 어쩌라는 것인가”라며 어이없어 했다. 

# 사례4=서울 금천구에 사는 임 모(남)씨도 7월 쿠팡에서 5만 원의 구두를 구매했으나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주문 내역을 다시 보니 사이즈를 잘못한 걸 깨달았다고. 쿠팡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역시나 제품 택을 제거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임 씨가 항의했지만 “택 제거는 상품 훼손으로 간주한다”는 답변뿐이었다. 임 씨는 “택 제거를 상품 훼손으로 본다는 점이 납득하기 힘들다”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전자상거래법상 상품 확인을 위한 박스나 포장 개봉 등에 대해서는 환불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온라인몰에서는 판매자들이 포장 훼손을 이유로 반품을 거절하기 일쑤라 합리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들은 의류·신발 등 사이즈가 맞는지, 제품이 불량은 아닌지 알기 위해 박스나 포장 개봉, 택 제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업체 측은 이것 역시 상품의 일부로 보고 ‘상품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맞서며 반품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청약철회)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재화가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소비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 다만 재화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점을 명시한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자체적인 규정을 두고 각 사이트나 판매페이지에 '박스 개봉이나 택 제거 시 환불이 불가하다' 안내하며 반품에 제한을 두고 있다.

◆ 포장 개봉만으로 청약 철회 제한은 '전상법' 위반

업체들은 포장 역시 제품의 범위에 포함시켜 포장 개봉 시 가치 훼손으로 본다. 특히 명품 브랜드 등은 포장에도 바코드 등 제품 정보가 포함된 경우가 많아 개봉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폴로랄프로렌 코리아 측은 "랄프로렌은 '제품의 범위'를 포장, 택을 포함한 모든 구성품을 의미하므로 택 제거 시 환불이 불가하다"며 "불량품에 대해서는 택 제거와 무관하게 모두 반품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롯데홈쇼핑 등 중개업체는 판매자에게 박스 제거, 택 제거 시 환불이 가능하도록 강제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우미우와 로보락 측은 기자의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전상법에 따라 내용물 확인을 위해 박스를 단순 개봉하거나 택 제거만으로 청약철회를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규정에는 박스 훼손 등 내용물 확인을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다고 나와 있어 업체 측이 이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게 맞다"며 "다만 실제 상품의 훼손으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단순 포장 개봉이나 택 제거를 이유로 온라인몰에서 환불을 막는 것은 전상법 위반의 여지가 충분히 있으나 수많은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일일이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많은 거래 건들을 직권조사 하는 등 모든 거래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다만 공정위는 이러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은 인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공정위 측에 신고를 하면 조사를 통해 행정처분 등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