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지난 5일 공청회에서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취급에 대해 ▲전면판매금지, ▲거점점포 제한적 허용, ▲창구분리라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소비자단체와 일부 학계측 인사들은 전면금지를 지지하는 반면, 은행권에서는 3가지 방안이 모두 과도한 규제라고 보고 있다.
◆소비자단체 "원천 판매 중단이 당연, 은행 판매자격 의심"
우선 소비자단체들은 은행의 고위험 금투상품 취급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과거 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고위험 금투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시 전면금지 이후 대표 주가지수 5개에 한해 판매제한을 풀었지만 결과적으로 H지수 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증권사 고객과 달리 은행 고객들은 원금보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상대적으로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경로의존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고위험 금투상품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H지수 사태 당시에도 고위험 금투상품 판매를 별도 창구에서 판매한 은행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창구분리 수준의 개선안은 의미없다"면서 "거점점포에서만 제한적으로 판매하는 대안도 은행도 한계가 있고 결국 편법과 불법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증권사에 비해 고위험 금투상품을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은행에게 판매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DLF 사태,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H지수 ELS 사태까지 고위험 금투상품 관련 불완전판매가 증권사보다 유독 은행에서 주로 발생한 점에 대한 문제 지적이다.
조창훈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H지수 사태는 판매채널보다는 특정 지수에 올인한 은행들의 판매 정책의 문제가 있었다”면서 “건전성 측면에서는 판매 전면 중단이 이론적으로 맞지만 은행이 고난도 금투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도 선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 은행권 "별도 특화점포 설립도 비현실적... 별도창구서 판매 가능해야"
반면 판매 당사자인 은행들은 고위험 금투상품의 전면 판매 금지 뿐만 아니라 특화 점포에서의 제한적 판매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현재 은행들은 고위험금투상품의 경우 영업점 내 별도 창구에서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들에 한해서만 판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가 됐던 H지수 ELS 상품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
당초 은행들은 지역 별로 구축된 '거점 점포' 내에서의 별도 독립된 공간에서 고위험금투상품을 판매하는 안을 당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1개 거점 점포가 지역 내 3~4개 소매점포를 관할하는 방식으로 영업조직을 구축 중이다.
그러나 지난 5일 공청회에서 제시한 안은 은행들이 제시한 조건보다 훨씬 강화된 고위험금투상품만 취급하는 별도 특화점포를 구축한다는 내용으로 제시되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말하는 특화점포는 현재 각 은행들이 수 십억 원 이상 고액 자산을 가진 고객들을 위해 만든 '초고액자산가 특화점포'가 대표적이다. 초고액자산가 특화점포는 각 은행마다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숫자다.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해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별도 공간을 구축해야하고 해당 상품만 판매하는 직원만 배치해야한다는 점에서 수익성 차원에서 어렵다"면서 "1안과 2안 모두 은행 입장에서 이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형 시중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가 사라질 경우 신탁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동일 점포 내 고위험 금투상품만 취급하는 공간과 직원만 별도 배치하는 절충안을 현실적 대안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주요 은행들은 고위험 금투상품에 대해 별도 창구에서 판매 중이다.
또 다른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이익 한계가 뚜렷한 상황에서 비이자이익을 포기하기 어려운 은행 입장에선 고위험 금투상품 판매를 접기 어렵다"며 "결국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절충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공청회를 통해 취합된 의견과 더불어 학계, 소비자단체, 업권 내 의견을 조율해 가장 합리적인 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