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양주에 사는 홍 모(여)씨는 아고다에서 예약한 숙소보다 더 저렴한 숙소를 다른 플랫폼에서 찾아 아고다 측에 '최저가 보장제'를 신청했다. 당시 첫 번째 상담원은 '조건에 부합한다'며 가능하다고 했으나 이후 소식이 없었다. 재차 연락해 연결된 두 번째 상담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홍 씨는 "최저가 보장제를 운영한다면서 고객을 조롱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경남에 사는 이 모(남)씨는 올해 추석 연휴기간 유럽 파리에서 헬싱키를 경유해 인천으로 오는 항공권을 지난해 10월 트립닷컴에서 약 140만 원에 결제했다. 바로 다음날 일정이 변경돼 항공권을 취소하려고 보니 취소 수수료가 115만 원에 달했다. 트립닷컴 고객센터에도 호소했으나 "규정상 어쩔 수 없다"고 안내했다. 이 씨는 "출발일이 1년여 남아 있는 상태였고 결제 후 하루만에 취소하는데 수수료 정도가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 전남 순천에 사는 조 모(여)씨는 부킹닷컴을 통해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한 호텔을 예약했으나 호텔 측으로부터 일방적인 취소를 당했다. 그러나 환불이 되지 않지 않아 부킹닷컴 국내외 고객센터에 모두 연락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두 달여간 끈질기게 연락하고 닦달한 끝에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고. 조 씨는 "환불받는 과정에서 국제전화 청구비만 30만 원이 나왔다. 환불은 받을 수 있었지만 아직도 취소 이유는 모른다"며 답답해했다.
해외 여행 급증으로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하 해외 OTA) 이용도 함께 늘면서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 다양한 숙소의 가격 비교가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환불 불가, 과도한 수수료, 결제 오류, 고객 응대 미흡 등 문제도 커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한 해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아고다 ▲트립닷컴 ▲부킹닷컴 ▲에어비앤비 ▲호텔스닷컴 등 5개 해외OTA 소비자 민원은 총 714건에 달했다. 지난 2023년에 비해 무려 23.1% 껑충 뛰었다.
업체별로는 아고다 민원이 총 457건으로 가장 많았다. 2위인 트립닷컴(151건)에 비해서도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어 부킹닷컴(48건), 에어비앤비(38건), 호텔스닷컴(20건) 순으로 집계됐다.
아고다는 전년보다 100건(28%)이나 민원이 늘었고 트립닷컴과 에어비앤비는 각각 17.1%(22건), 60%(18건) 증가했다. 에어비앤비는 비슷한 수준이었고 호텔스닷컴은 유일하에 민원이 감소했다.
소비자들은 해외 OTA를 이용하면서 '환불 불가'에 가장 많은 민원을 쏟아냈다. 이어 ▷과도한 취소 수수류 ▷결제 오류 ▷고객센터 응대 미흡 ▷이벤트 등 내용이 문제로 제기됐다.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이 제기된 아고다에서도 '환불 불가' 민원이 속출했다.
예약 후 5분, 10분도 되지 않아 취소해도 환불이 불가했다는 내용이다. 또 호텔 측에서는 예약 취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으나 아고다 측에서 호텔 핑계를 대며 취소해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여럿 제기됐다. 간혹 시스템 오류, 소비자 착오 등 여러 사유로 중복 결제된 것이 확인돼도 환불을 제한하면서 원성을 샀다.
특히 아고다는 '최저가 보장제'를 운영하나 실제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민원도 다수 제기됐다. 최저가 보장제는 아고다에서 예약한 객실이 타 사이트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되면 요금을 낮춰주거나 차액만큼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건에 맞춰 신청해도 퇴짜 맞기 일쑤라는 소비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아고다 측에도 이같은 소비자 민원에 대해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환불 불가' 민원은 '취소 수수료 과다'와도 연결된다. 환불이 안되면서 전액 수수료로 차감돼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호소가 잇따랐다. 특히 항공권 관련 취소 수수료 갈등이 잦은데, 이는 '항공사 부과 취소 수수료' 외에 'OTA 자체 취소 수수료'가 합산되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이외에도 OTA에서는 예약이 돼 있는데, 호텔 측에서는 확인되지 않거나 숙소가 문을 닫아 이용할 수 없는 낭패를 겪는 경우도 다수였다. 또 사이트에 나온 지도, 주소만 보고 예약한 숙소가 실제와 다른 엉뚱한 곳에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 발생 시 고객센터 대응이 미흡해 소비자들의 원성도 커졌다. 이들 업체는 해외에 근거를 두고 있다 보니 민원이 발생해도 대응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문제가 발생해 한국어로 응대할 때는 제대로 답변을 못 받았지만 영어로 이메일을 보내니 빠르게 해결됐다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트립닷컴 관계자는 "한국 론칭 때부터 국내에서 24시간 연중무휴 고객센터를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 피드백을 통한 서비스 개선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예정"이라고 말했다.
호텔스닷컴 측은 "현재 플랫폼에 등록된 대부분의 숙박시설은 유연하고 환불 가능한 예약 옵션을 제공한다. 가격 투명성은 여행객에게 매우 중요하므로 여행객이 상품을 비교하고 안심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에이버앤비 측은 "모든 이용자들이 만족스럽게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용자들에게 신속하고 원활한 고객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고객지원 센터를 운영 중"이라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