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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데 왜 안 받냐" 접대중독증 위험수위[교사체험수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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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데 왜 안 받냐" 접대중독증 위험수위[교사체험수기(中)]
일부 선생님 "안 받으면 바보" 핀잔까지
  • 최진숙 소비자 기자 www.csnews.co.kr
  • 승인 2006.10.13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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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는데 왜 안받아!=지난 2월28일,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내가 담임을 맡게 된 6학년 연구실로 선생님 두 분이 찾아왔다. 한 분은 생활지도 담당, 다른 한 분은 5학년 부장 선생님이었다.

    생활지도담당 선생님이 “6학년 아이들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썽이) 심해 담임을 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5학년 때도 말썽을 많이 부려서 문제가 되었던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또 5학년 부장선생님은 “000학생이 누구네 반이지요?”라며 각 반 학생 명단을 훑어 찾아냈다. 그 학생은 6학년 부장 선생님 반에 있었다.

    “작년에 제일 힘들었던 아이라서…학부모를 조심해야 해요. 학부모가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데 못하게 했더니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어요. 내가 소풍 때 도시락도 못 싸오게 했거든요”라며 자신이 전교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돈과 관련해서는 칼같이 끊는다’는 소신을 말해주며 나에게 1년 동안 잘 하라고 격려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6학년 부장선생님은 “주는데 왜 안 받냐?”며 맞받았다. 그는 심지어 학년 회의 때 “주는데 왜 안 받아 바보야!”라는 말도 하면서 5학년 부장선생님을 비꼬았다.

    #임금님의 밥상=지난 4월 초 6학년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떠났다. 나는 점심도시락을 버스 안에서 먹게 되었다. 당초 예정에는 중간 지점에서 내려서 먹기로 되어 있었는데, 시간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나중에 중간 지점을 지날 무렵 쉬고 가자고 연락이 왔다. 각 반 차들이 모두 섰다. 부장선생님은 바쁘게 트렁크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더니 바리바리 손에 쥐고 뒤뚱거리며 교감선생님과 함께 걸어갔다.

    부장선생님은 “아이들을 버스에서 내려 쉬게 하라”고 각 반 담임에게 지시한 뒤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잡았다. 알고 보니 도시락이 트렁크에 들어 있어 못 먹었던 것이다. 트렁크에 넣을 만큼 부피가 컸고, 심지어는 미역국까지 보온통에 담겨 있었다.

    잘 차려진 밥상은 마치 임금님의 밥상 같았다. 내가 난생 처음 학부모로부터 받은 도시락 과 비교하면 위화감이 느껴졌다. 저 정도라면 비위가 상해 차라리 대접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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