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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관 속 `알몸 도둑' 탐색로봇이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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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관 속 `알몸 도둑' 탐색로봇이 검거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7.01.3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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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시민들에게 쫓기던 도둑이 길가 우수관으로 기어들어가 위기를 모면해보려 했으나 첨단 하수관로 탐색로봇을 동원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노원구 중계동 상계백병원 2층 종합검진실에서 한모(57)씨가 혈액검사를 받고 있던 박모(69.여)씨의 손가방을 훔쳐 달아나면서 사람과 로봇의 합동 추격전이 시작됐다.

박씨의 비명 소리를 들은 시민들이 병원 정문 앞까지 쫓아가 가까스로 한씨의 옷자락을 잡는가 싶었지만 한씨는 점퍼 등 윗도리를 모두 벗어던지고 다시 달아났다.

10여m를 도망가던 한씨는 다시 행인에게 허리띠를 붙잡히자 이번엔 바지와 속옷, 신발까지 모두 벗어던진 채 양말만 신은 알몸 상태로 중계역 방향으로 달려가다 사람이 겨우 기어들어갈 만한 크기의 우수관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복잡한 우수관 구조를 제대로 알 리 없는 경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관할 노원구청측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노원구청측에 우수관로 도면을 요청했다가 도면을 든 구청 직원이 바퀴가 6개 달린 작은 `하수관로 탐사로봇'을 들고 나왔던 것.

길이 60㎝, 높이 40㎝, 무게 15㎏의 이 소형 로봇은 우수관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찍은 동영상을 최대 150m 연장 가능한 케이블을 통해 실시간으로 조종자에게 보내는 `몸값' 1천500만원 짜리 첨단 로봇이었다.

로봇이 우수관로에 투입된 지 4시간 가량 지난 오후 2시께 처음 들어간 곳에서 500m 떨어진 우수관로 안에서 한씨가 발견됐고 경찰은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 위의 맨홀 뚜껑을 열고 들어가 한씨를 설득해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알몸 상태로 물이 흐르는 추운 우수관 속에서 4시간 이상 기어다니던 한씨는 손발 모두 심한 찰과상을 입었으며 저체온증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상태여서 경찰서 대신 병원으로 일단 보내졌다.

노원경찰서 이기봉 경위는 "우수관을 눈과 귀로 확인할 길이 없어 구청에 하수관로 도면을 확인 요청 했는데 의외로 로봇까지 나와 범인을 잡는 1등 공신이 돼 신기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한씨의 몸이 회복되는 대로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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