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씨는 “부자들이 거의 없고 빠듯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도 이 같은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있다”며 “치맛바람이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 소비자인 아이들까지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글을 세 차례로 나눠 싣는다. <뉴스관리자 주>
봄볕이 따사롭던 지난 5월 한 아이의 학부모를 학교로 불렀다. 아이가 말썽을 너무 부려 상담할 내용이 많아서였다.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기다렸다.
그러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학부모가 대화를 낚아챘다. 학부모는 도무지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이에 대한 상담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학부모는 자신의 말을 끝내더니 벌떡 일어서면서 “선생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하면서 뜸을 들이다가 가방 속에서 무엇인가를 슬그머니 꺼냈다.
상품권 같았다. 손에 쥐어주고 다음에 밖에서 식사나 한번 하자며 교실 문을 열고 얼른 나갔다. 나는 받아도 되는지 망설일 틈도 주지 않고 일어난 일에 당혹스러웠다. 봉투를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구두 상품권 2장이 들어 있었다.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교실에 두고 간 물건이 있어 학부모가 다시 들어왔다. “부담스러워서 못 받겠어요. 저기…”라며 봉투를 건네주려고 하자 학부모는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드리는 거니까 괜찮아요.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뒤 태연하게 나가버렸다.
얼떨결에 상품권을 받고 말았다. 학부모가 떠난 뒤 갈등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작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 아이가 수업을 못할 정도로 말썽을 부려 엄마와 상담을 요청했었다. 며칠을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민망해서 얼굴을 내밀기 힘들었다”며 6월인가 학교를 찾아왔다.
가져온 빵을 내밀었다. “선물 사올까 생각하다가 무얼 사야할지 몰라서 사왔어요.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라고 한 뒤 얼른 나갔다. 우리 반에서 가장 잘 사는 아이의 엄마였다. 그런데 그 안에 백화점 상품권 3장이 들어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또 다른 학부모가 찾아왔다. 상담할 만한 거리도 없고 자주 보는데 왜 왔나 생각했다. 그러나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상장도 못 타고 잘 하는 게 없어요”라고 말하더니 “선생님 필요한 것 사세요”라며 상품권을 내밀었다. 백화점 상품권 1장이었다.
아이를 위해 상담을 하려는데, 학부모는 무엇을 주고 간다. 상담인지 상납인지…. 제대로 상담도 못한다. 어떻게 전해줄까 고민만 하다가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