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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 이재용, '스트라이커' 정의선?…후계 스타일 대조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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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 이재용, '스트라이커' 정의선?…후계 스타일 대조되네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3.01.11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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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영승계의 과정을 밟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 부회장이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정리하고 주력 계열사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그룹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한 반면, 이 부회장은 새해 승진과 함께 공식직함을 내려 놓은 채 막후에서 드러나지 않게 움직이고 있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정 부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하며 공격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섀도우 스트라이커라면, 이 부회장은 뒤에 처져서 자유롭게 공수를 조율하는 리베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공식직함에서부터 드러난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2005년 3월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등기임원에 등재됐다. 등기임원은 회사의 경영사항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이어 2009년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겼고 이듬해인 2010년엔 현대차에도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1년과 지난해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에서도 등기임원이 됐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 상장사와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엔지비에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그룹 2인자로서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좌),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이에 반해 이재용 부회장은 사장 재임시절 갖고 있던 최고운영책임자(COO) 직함마저 부회장 승진과 함께 내려 놓았다. 누이동생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것과 달리 이 부회장은 계열사 등기임원으로도 전해 등재돼 있지 않다. 이 부분은 이건희 회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에서 공식직함을 버렸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그룹 차원에서 더욱 유연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막후에서 자유롭게 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연말 인사 직후에 단행된 삼성전자 조직개편을 통해 이 부회장의 역할을 추론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지성 부회장이 맡고 있던 DS부문을 없애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후임자를 따로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윤부근, 신종균 사장의 협력을 이끌어내며 핵심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자연스레 부품공급업체인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게 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이처럼 대조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차는 저돌적이고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해 리더를 정해주고 따르게 하는 스타일인 반면, 치밀하고 계산에 강한 삼성은 믿고 맡기는 분업형 스타일"이라며 "따라서 삼성에서는 총수가 전면에 나서 일일이 지시하기 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조율하는 역할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경영을 외치며 몸소 뛰어다니는 정몽구 회장과 주요 현안만 챙기며 사장단에 메시지만 던지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식이 경영승계 과정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정면돌파를 선호하는 현대의 가풍과 달리, 매사에 신중한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매우 조심스럽게 처신하는 것도 한 가지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 보니 이재용 부회장은 부회장 승진까지 정의선 부회장보다 6년이란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한 뒤 경영기획팀 상무보와 상무를 지냈다. 2007년 최고고객총괄책임자(CCO)로 전무에 올랐으며 2010년 부사장과 사장으로 각각 승진하며 그룹 전반에서 경영수업을 쌓았다. 입사에서 부회장 승진까지 21년이 걸렸다.

정 부회장은 이 부회장 보다 3년 늦은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과장으로 입사해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를 오가며 영업 및 마케팅 기획 업무 등을 익혔고 2005년 기아차 사장으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인으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입사 15년 만인 2009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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