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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⑩] 현대약품, 3세 승계 발등의 불...오너 일가 시세차익 쌓기에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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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지배구조⑩] 현대약품, 3세 승계 발등의 불...오너 일가 시세차익 쌓기에 '급급'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19.12.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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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업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그 토대가 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재계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업자나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조가 뿌리 깊은 제약·바이오와 식품, 건설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소유구조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현대약품(대표 김영학)은 1965년 현대소독화학공업으로 설립됐다. 1969년 물파스를 시작으로 의약품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고 1978년 상장됐다.

시가총액은 약 1600억 원 정도로 제약 업계에서 40위권에 해당된다. 벌레물림치료제 버물리와 탈모치료제 마이녹실, 미에로화이바 등을 대표제품으로 갖고 있다.

현대약품은 에이앤펍, 현대I&S, 현대B&F, 바이오이노티스 등 4개의 관계회사를 두고 있다. 바이오이노티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현대약품 사업부문에서 분할된 회사다.

창업 2세인 이한구(72) 회장은 2018년 2월 대표이사직을 내려 놓으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3세인 이상준(44) 사장은 전략부문과 연구개발(R&D) 총괄을 맡으며 경영수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김영학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를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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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장사·자기주식 통해 3세 승계 포석 마련 중...2세 승계 당시 최대주주 자리 뺐기기도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약품 지분율은 23.51%로 높지 않다. 30대 제약사 가운데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의 특수관계인 지분율 평균은 50.7%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약품 오너 일가의 입지는 매우 불안정한 편이다.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 교체 등 특별 결의사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3분의 1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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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약품 이상준 사장
70세가 넘은 이한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데 따르는 세금 납부로 지분율이 더 하락할 경우 지배력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창업 2세대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전체의 80.3%에 달한다. 3세 승계율은 20% 미만으로 본격적인 지분 이전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현대약품 오너 직계일가의 상장주식 가치는 360억 원(20일 종가 기준)이다. 이한구 회장 283억 원, 이상준(44) 사장 67억 원, 김정배 씨 6억 원, 이소영(45)씨 4억 원 등이다. 이 회장이 17.88%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이상준 사장이 4.22%를 지녔다. 이 회장 부인 김정배 씨와 딸 이소영 씨는 지분율이 0.4%, 0.27%로 높지 않다.

특히 현대약품은 창업주로부터 2세로 지분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경영권 위협을 받은 적 있다.

현대약품은 이한구 사장이 창업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을 당시인 2005년 박성득 씨가 14.89% 지분율로 개인 최대주주에 오르며 경영권 위협을 받은 적 있다. 당시 이 회장의 지분율은 12.7%였다. 슈퍼개미로 알려진 박 씨는 2011년 들어 지분을 매각하며 위협이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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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현대약품은 3세 승계에 앞서 자기주식 비율을 높이고, 비상장 관계사를 통해 지배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약품 지분을 확보하는 비상장사는 현대약품 3세가 주요 주주로 구성된 곳들이다.

광고대행업을 하는 크리스텔라는 올 하반기 들어 현대약품 지분 0.28%를 처음으로 확보했다. 2018년까지 현대약품 지분 0.08%를 보유했던 바이오이노티스 역시 올 들어 지분율을 0.22%로 끌어 올렸다.

현대약품 관계사들은 감사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아 주주명부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크리스텔라는 창업 3세 남매를 주축으로 현대약품 오너 일가가 소유한 가족회사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이노티스는 이상준 사장이 51%로 최대주주인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는 이상준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현대약품 지분 0.02%를 보유한 광고대행사 아트엠플러스 역시 이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현대약품의 사회공헌활동을 담당한다.

이들 기업은 추후 3세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 등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자회사가 아니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일 뿐이라 현대약품 지분을 매입하는 것에 대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약품은 현재 15.7%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최대주주자리를 내줬던 2005년에는 자기주식비율이 11.8%로 지금보다 낮았다.

자기주식은 평소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적대적 M&A 등 경영권 공격을 받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우호세력에게 매각하거나 주식교환 방식으로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높지 않지만, 자기주식을 통해 소액주주 비율(46.27%)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 오너 일가 지분매입 재원 풍족치 않아...이한구 회장·이상준 사장 주식 팔아 현금화

올 들어 이상준 사장은 주가가 높을 때 보유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통해 추후 지분율 상승을 도모하는 모습으로 투자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 사장은 2011년 3월 6만1000여주를 1408원에 장내매수하며 지분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3~4개월 단위로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6.41%까지 올렸다. 그사이 현대약품 주가는 꾸준히 올랐고 지난 4월 현대약품 주식 70만주를 40억 원에 장내매도 했다. 이 사장의 지분율은 4.22%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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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이 지분을 매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이 주식을 판 가격은 주당 5711원으로 2011년 당시 1400원 안팎의 매입가격과 비교하면 최대 28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약품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장이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은 뒤 주가 약세일 때 다시 매입해 지분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내역은 없지만 최근 주식매각이 이뤄진 정황을 살피면 지분 매입을 위한 별도 재원이 풍족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회장 역시 2009년 들어 보유 주식을 조금씩 장내매도하며 현금화 했다. 2009년, 2015년, 2018년 총 49억 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이 회장의 지분율은 22.46%에서 17.88%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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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약품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며 “개인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것에 대해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약품은 오너 일가 지분율이 낮은 편이지만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현금배당총액이 12억 원으로 순이익(9억 원)보다 많았다. 최근 5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84.3%에 달한다. 국내 500대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2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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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약품의 영업이익률이 1%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 배당여력도 충분치 않다. 연간 배당금 규모는 10억 원가량에 불과하다. 오너 일가 손에 떨어지는 배당금은 3억 원이 채 안 된다.

회사 관계자는 “그간 현금배당수익률(시가배당률)이 1% 안팎으로 낮았고, 지난해도 0.9%로 동종 업계에서 낮은편”이라고 설명했다. 시가배당률은 주당 배당금이 배당기준일 주가의 몇%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낮을 경우 해당 종목 주식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낮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이한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3세로 넘기기 위한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대약품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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