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에 사는 정 모(여)씨는 지난 30일 편의점에서 우유를 구매했다. 맛이 이상해 유통기한을 확인해보니 3월22일까지로 8일이나 지난 상태였다. 다음날 다시 매장을 찾아 진열 상태를 확인해 보니 유통기한이 4월인 제품은 모두 앞에 진열돼 있고 22일까지인 제품은 뒤에 배치한 상태였다. 정 씨는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는 잘못 먹으면 크게 탈이 날 수 있는데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편의점에서 2+1으로 판매하는 두유를 구매해 아이에게 한 개는 먹인 후 집으로 가져왔다. 밤에 또 먹으려고 보니 한 제품의 유통기한이 1월까지로 두 달이나 지난 상태였다. 본사를 통해 항의했지만 점주는 "본인이 판매한 게 맞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둥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만 해댔다고. 이 씨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음료를 판매하는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 커피 등 음료가 판매되는 일이 빈번해 타임바코드의 확대 적용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편의점은 삼각김밥, 샌드위치 같은 즉석식품에는 '타임 바코드'를 붙여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 결제 단계에서 걸러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유, 커피, 주스 등은 상하기 쉬워 철저한 유통기한 관리가 요구되는 식품인데도 타임 바코드가 적용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들 제품은 즉석식품과 달리 각 제조사에서 직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구조인 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타임바코드를 일반 품목까지 확대하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지 않아 이같은 소비자 원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 산 우유, 요거트 같은 유제품류나 커피음료, 주스 등 가공식품을 구매해 먹다가 뒤늦게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발견했다는 불만이 다발하고 있다. 짧게는 하루이틀에서부터 수 일이 지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배달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편의점 제품을 주문하기 때문에 확인도 못한 채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받았다는 새로운 형태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BGF리테일(CU), GS리테일(GS25),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업체들도 철저한 유통기한 관리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타임바코드 확대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밥, 도시락과 달리 타제조사 제품의 경우 제조사들이 직접 코드를 구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수많은 업체들이 단 시간 내 처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GS리테일과 BGF리테일 관계자는 "일반 제조사들의 제품은 자체적으로 바코드가 찍혀서 생산되기 때문에 타임바코드제를 적용하긴 힘들다. 업체에서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코리아세븐은 “편의점뿐만 아니라 모든 유통업체들이 즉석식품 외 상품에 타임바코드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여러 개를 한 번에 생산하는 공산품 같은 경우 일일이 수작업을 할 수 없다.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즉석식품에 코드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각 점주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했다면 교환이나 환불, 보상에 관한 권고를 강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보상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진행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진단서나 등을 통해 인과관계 확인 후 진행이 가능하며, 점주는 개인 사업자이기에 보상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편의점 타임바코드제를 일반 품목까지 확대하는 검토는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모든 식품 유형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우유나 커피 등도 즉석식품보다는 소비기한이 길게 책정돼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유통기한(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을 진열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모든 사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