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경기도 화성에 사는 김 모(남)씨는 도급 순위 30위 규모의 중견 건설사가 시공한 신축 아파트를 가계약했다가 하루도 안 돼 취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억울해했다. 김 씨는 전매가 되지 않을 경우 회수해 준다는 취지의 안내를 받고 모델하우스를 찾았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설명을 들었다고. 계약하지 않고 돌아가려 했으나 상담 과정에서 향후 전망을 강조해 서명하게 됐다. 김 씨는 “계약 후 얼마 안 돼 취소하려 했으나 거절됐다“며 “한 달 이내에는 계약 취소가 가능한 줄 알았는데 계약하게 만들기 위한 말이었다”고 토로했다.
#사례2=경기도 광주에 사는 임 모(여)씨는 시공능력평가 10위 권에 드는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를 가계약했다가 계약금을 날리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총분양가는 약 6억 원에 달했고 정식 계약금은 분양가의 10%였으나 상담사 권유로 가계약금 500만 원과 발코니 확장비 일부 등 총 720만 원을 먼저 납입했다. 임 씨는 여건이 안 되면 언제든 해지하고 환불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믿었다. 그러나 계약 이틀 뒤 환불을 요구했지만 수개월간 미뤄지더니 이후 시행사로부터 환불 불가와 연체료·지체보상금 청구 가능성을 통보받았다고 호소했다.
#사례3=경기도 화성에 사는 호 모(남)씨는 도급 순위 20위권의 중견 건설사가 공급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가 계약 취소와 환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호 씨는 문자 광고와 전화 권유를 받고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으며 계약 의사가 없었지만 현장에서 계약금 입금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도장이 없어 서명으로 대체했으나 본계약서 원본은 받지 못했고 사본 요청도 거부당했다는 설명이다. 호 씨는 다음 날 계약 철회와 환불을 요구했지만 모델하우스 측이 내용증명을 보내라며 환불을 미뤘다. 호 씨는 “계약서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환불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서 상담사의 말만 믿고 가계약을 맺었다가 계약금을 날리는 사례가 속출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상담 과정에서는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철회 시 계약금 환급이 거부되면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일단 동·호수를 잡아두라”, “여건이 안 되면 취소할 수 있다”, “환불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계약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분양사나 시행사 측은 계약서상 환불 불가 조항을 근거로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가계약하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낸 뒤 몇 시간 또는 하루 이틀 뒤 취소를 요청했지만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IPARK현대산업개발 ▲서희건설 ▲동부건설 ▲두산건설 등 대부분 건설사가 시공하는 사업장의 시행사에서 이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분쟁의 핵심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가계약’과 계약서상 효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일부 금액만 먼저 낸 만큼 정식 계약 전 임시 절차로 인식한다. 하지만 계약서에 △동·호수 △분양금액 △납부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으면 가계약이라는 명칭과 관계없이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다.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 방법 등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이후 정식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할 수 있다. 계약서상 '해지 시 납입금이 사업자에게 귀속된다'는 조항이 있다면 단순 변심에 따른 환불은 더 어려워진다.
가계약금 환불도 계약서에 환불 규정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면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모델하우스에서 상담사가 “나중에 취소하면 된다”고 안내했대도 녹취나 문자 등 증빙이 없다면 분쟁 과정에서 입증이 쉽지 않다. 결국 서명한 계약서 문구가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가 환불을 주장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계약서 작성 당시 동·호수나 분양금액, 납부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거나 계약 해지 시 환불 가능하다는 특약이 있는 경우다. 상담사가 환불을 약속한 녹취나 문자 등 증빙자료가 있다면 반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모델하우스 계약이 짧은 상담과 현장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잔여 세대 마감이나 동·호수 선점 안내에 쫓겨 소비자가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 이후 환불을 요구하면 업체는 계약서상 환불 불가 조항을 앞세우고 소비자는 상담 당시 설명과 다르다며 맞서는 구조다.
업계는 소비자가 계약서를 확인하고 서명한 이상 계약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동·호수 선점과 계약 물량 관리가 필요한 분양 현장 특성상 단순 변심에 따른 취소를 모두 허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환불 가능 여부도 개별 계약서와 약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계약 명칭보다 계약서 내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가계약을 정식 계약과 다르다고 생각하더라도 목적물과 금액, 납부 조건 등이 적혀 있으면 본계약과 같은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델하우스 계약 분쟁을 줄이려면 계약 단계에서 환불 가능 여부를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도 계약 전 단순 변심 시 환불 가능한지, 본계약 미체결 시 자동 취소되는지, 추가 납부 의무가 생기는지 등을 서면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현장에서는 동·호수 선점과 계약 물량 관리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계약서에 서명하고 일부 금액을 납부했다면 단순 변심에 따른 취소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다만 상담 과정에서 환불 가능 여부가 소비자에게 다르게 전달되지 않도록 계약 전 고지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델하우스 현장 상담 인력은 분양대행사 직원이나 단기 인력인 경우도 적지 않아 구두 설명만 믿고 계약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분쟁이 발생하면 결국 가장 중요한 입증 자료는 계약서인 만큼 환불 가능 여부와 해지 시 납입금 처리 기준을 반드시 서면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가계약’이라는 표현만 믿기보다 계약서에 동·호수와 금액, 납부 일정, 해지 조항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