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아래 XR시장은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XR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기술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XR 기기 출하량은 2021년 1100만대에서 2025년 1억500만대까지 약 10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AR·V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대비 14% 성장하고 2023년에서 2027년 사이에는 32.6%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목표로 퀄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과 XR기기 공동 개발에 분주한 모습이다. 구체적인 기기 형태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퀄컴 칩셋과 구글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SW)가 적용된 XR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도 XR 기기에 대한 연구 개발과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달 10일(현지기준)에는 영국특허청(UKIPO)으로부터 삼성 글라스(Samsung Glasses) 상표권을 부여받기도 했다. 해당 상표는 XR·AR헤드셋 등 가상현실과 관련된 단말기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XR기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를 위해 자회사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XR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주요 기술인 ‘올레도스’(OLEDoS)에 대한 특허 사용권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기판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제조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일종이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크기는 작지만 수십~수백 배 확대된 화면을 보여주기에 XR기기에 적합하다. 올레도스는 제조공정 과정상 반도체 공정 기술이 필요한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본부 직속으로 XR부서를 신설하며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LG전자는 일찍이 XR 관련 특허를 다수 출원하며 기술 확보에 힘써 왔다. 특허청에 따르면 LG전자는 2019년부터 'VR·AR·MR을 위한 전자 디바이스', 'AR 장치 및 그 제어 방법' 등 수십 개 특허를 출원해왔다.
현재 LG전자는 퀄컴과 손잡고 오는 2025년 출시 목표로 XR 기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퀘스트3처럼 머리에 쓰는 방식의 제품 외에도 안경처럼 사용하는 스마트 글라스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그룹 부품사인 LG디스플레이도 삼성디스플레이처럼 올레도스 개발을 위해 LX세미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협업 중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XR기기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 XR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XR기기의 활용성이 큰 콘텐츠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수요가 쪼그라들며 메타버스 시장은 부침을 겪는 중이다. 카카오의 컬러버스 ‘퍼피레드M'은 오는 12월 철수예정이고, 컴투스는 지난 9월 ’컴투버스‘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에는 기어VR, 2018년에는 오디세이 플러스 등 VR 기기를 출시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며 단종시킨 바 있다. LG전자도 2015년 자사 스마트폰과 탈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VR 기기 'VR 포(for) G3'를 출시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XR사업이 부진했던 배경에는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부족해 대중화까지 이르지 못한 영향이 크다”라면서 “삼성과 LG, 애플 등 기업들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XR기기를 출시하는 동시에 콘텐츠도 많이 양산되어야 수요를 높일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