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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가품 공습③] 가품 보상제 무용지물...기간·브랜드·감정기관 제한 등 '벽' 너무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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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가품 공습③] 가품 보상제 무용지물...기간·브랜드·감정기관 제한 등 '벽' 너무 높아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4.04.02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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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518조 원에 달한다. 7년 뒤엔 2030년엔 813조 원으로 57% 증가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펜데믹 보복 소비로 불붙은 명품 성장세는 MZ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키워가고 있다. 소비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구매처도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명품 시장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가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오픈마켓 등 업체들은 가품 보상제를 속속 마련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움직임은 미미하다. 가품 유통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온라인 플랫폼들은 가품 근절을 위해 내부적으로 입점 서류 심사 강화, 실시간 모니터링, 보상제 등 피해 예방과 사후 서비스 등을 마련하고 있으나 실제 소비자 체감으로 와 닿지 않는다.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되는 제품으로 유통 구조가 복잡하고 플랫폼에서 정·가품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천만 개의 제품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도 어려워 입점업체가 제출하는 서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플랫폼들은 대안책으로 가품 적발시 ‘사후 보상 시스템’에 힘을 주고 있다. 가품이 적발될 경우 결제액의 최소 100%~최대 300% 수준까지 보상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역시 체감으로 느끼긴 어렵다. 특정 브랜드에 한해서만 보상제를 적용하거나 사설 감정원의 진단 결과는 받아들이지 않고, '판매자의 확인이 필요한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 '구매한 지 수 개월이 지났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보상을 거절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다. 

◆ 플랫폼, 가품 적발 보상 무용지물...현장에선 소비자 피해 꾸준 

# 경북 김천에 사는 전 모(여)씨는 지난해 11월 알리에서 산 골프채를 약 한 달 뒤 받았는데 가품이었다. 알리 측에 반품 및 환불을 요청했고 택배도 회수가 완료됐다. 곧 환불액이 입금될거라 생각했으나 ‘확인중’이라며 시간만 가는 상황이다. 전 씨는 “뭘 확인하겠다는 건지 수 주째 처리가 안 돼 답답하다. 보상은 차치하더라도 환불이라도 제대로 해주면 좋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서울시 용산구에 사는 정 모(남)씨는 네이버쇼핑에서 산 에어팟 프로가 가품인데 플랫폼에서 적극 나서지 않는다며 억울해했다. 시중 판매가격과 비슷해 가품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제품 등록을 하려고 보니 시리얼번호는 이미 사용된 번호고 제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 씨는 “가품이란 정황이 여럿 있는데도 판매자는 정품이라고 우기기만 한다. 네이버쇼핑에서도 적극 중재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 강원도에 사는 표 모(남)씨는 지난해 8월 G마켓에 입점한 판매자에게서 산 골프채가 가품이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G마켓에도 항의했고 가품이라는 점은 인정했으나 환불 외에 보상은 불가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표 씨는 “이 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고 교통비 등 금전적인 손해도 있다. 적절한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쿠팡, 지마켓, 옥션,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오픈마켓 플랫폼부터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명품 플랫폼과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해외 플랫폼까지 저마다 가품 보상제를 구축해놓고 있다.

플랫폼들은 가품으로 판정된 경우 결제액 전액 환불해준다. 여기에 더해 네이버쇼핑은 '패션타운 내 해외직구' 상품이 가품인 경우 구매액의 200%를 현금으로 추가 보상한다. 지마켓과 옥션은 자사 포인트로 100%를 더해 돌려주고, 11번가·티몬은 결제액의 10%를 포인트로 추가 적립해준다. 

머스트잇·트렌비·발란 3사는 명품을 주력으로 하는 플랫폼인 만큼 보상 규모가 오픈마켓에 비해 더 크다. 3사 모두 내부 및 협력 감정사를 통해 가품 여부를 따지고 있다. 가품으로 판정 시 발란과 머스트잇은 각각 200%를 보상한다. 발란은 결제액의 100%는 돌려주고 나머지 100%는 적립금으로 지급한다. 머스트잇은 결제액의 200%를 현금으로 전달하고 10만 원은 적립금으로 돌려준다. 트렌비는 결제액의 300%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게 기본 규정이나 경우에 따라 포인트로 환급하기도 한다.

결제액의 100% 이상 보상해주는 파격적인 제도지만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는 이유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와 혜택을 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 플랫폼은 보상 적용 브랜드나 감정 기관, 수령 후 이의제기 기간 등을 한정해놓고 있어 보상에 대한 벽이 높다. 

쿠팡, 네이버쇼핑,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은 샤넬, 구찌, 루이비통 등 50~60개 브랜드에 한해서만 가품 보상제를 적용한다. 특정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면 가품이라 하더라도 환불 외에 보상제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소비자들이 사설감정업체의 소견서를 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데대한 불만이 높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요구하는 본사에서의 가품 판정은 어불설성이다. 대부분 명품 브랜드는 정품 여부를 판단해주지 않다 보니 보상을 논할 수조차 없게 되는 셈이다.

# 광주 북구에 사는 서 모(남)씨는 지난 2022년 티몬에서 산 285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최근 유튜브 쇼츠에서 정품 확인법대로 따라해보니 가품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서 씨는 티몬에 문의했고 상담원이 "샤넬 본사에 문의해 가품이라는 확인서를 받아오며 보상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브랜드에 문의했으나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상품은 진가품 여부를 가려내지 않는다"고 거절당했다. 차선책으로 사설 감정업체에 문의했고 가품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티몬 측은 사설 감정서로는 보상이 불가하다며 거절했다. 서 씨는 "브랜드 본사에서 확인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하는데 불가능한 걸 요구하는 건 가품 보상이 불가하게끔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들이 뒤늦게 가품임을 알게 되는 경우에도 보상 혜택을 누리기 더 어렵다. 대부분 상품 수령 후 최소 일주일, 최대 2~3개월 이내라는 조건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자 확인이 필요한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계속 미뤄지는 경우도 잦다. 소비자가 먼저 보상제를 문의하지 않는 경우 고객센터 등에서 안내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 대전시 유성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2022년 말 위메프에서 산 에어팟 프로 때문에 최근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당시 취소, 환불 과정에서 오해가 있어 결국 두 개를 구매하게 됐으나 잘 사용하지 않아 중고거래앱에 판매했다. 하지만 최근 구매자가 애플 서비스센터에 갔다가 '가품'이라 수리를 받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김 씨를 고소했다고. 김 씨는 "위메프에 도움을 청했으나 중개업자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럴 거면 개인 간 거래를 하지 뭣하러 오픈마켓에서 구매하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경기도 하남에 사는 윤 모(여)씨는 네이버쇼핑에서 입생 로랑 샌들을 구매했으나 가품이었다. 구매전 판매자에게 정품인지 문의했고 '그렇다'는 답을 받았으나 가품이라 반품했다. 윤 씨는 "그 후 판매자와는 연락두절로 네이버고객센터에 문의했으나 '판매자와 연락이 안된다'는 이유로 환불이 지연돼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 사후약방문 대신 불법상품 차단 시스템 필요
 
온라인 플랫폼들은 수많은 판매자가 입점해 셀수 없이 많은 많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보니 가품 유통을 100% 막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에 마련된 가품 보상제, 입점을 위한 서류 검수 강화 등을 통해 가품 근절 대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오픈마켓 특성상 수많은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어 가품을 100% 막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내부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품보상제를 운영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오픈마켓 측은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가품 판매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하는 영역 중 하나다. 다만 가품 판매의 행태가 더욱 정교해지고 이전처럼 대폭 할인한 가격이 아닌 비슷한 판매가로 판매되면서 선제적으로 위조 상품을 판단하는데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고 호소했다. 

명품 플랫의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플랫폼들은 가품을 걸러낼 시스템을 갖춘 편인데도 통신판매중개업이라는 특성상 법적 책임이 없어 보상의 의무가 없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통신판매중개업체에도 책임을 부여할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논의가 제대로 안 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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