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은 주총 이후 통합을 재추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형제 측은 “더 이상 가족 간 분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경기 화성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한미그룹 이사회 구성을 위한 표 대결이 진행됐다. 한미사이언스 측이 6명,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이 주주제안으로 5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웠다.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들의 투표를 집계한 결과 임종윤 사장 측 이사 후보 5명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임종훈 사장은 출석 의결권 수 대비 52.2%,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51.8%를 득표했다. 나머지 이사회 후보 3인도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해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한미그룹이 발표한 OCI그룹과 통합 계획은 2개월여 간의 집안 갈등 끝에 사실상 무산됐다.
이 기간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한미사이언스 측은 두 형제를 해임하는 등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주총 전까지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국민연금공단까지 더해 42.66%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신동국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40.57%였다.
모녀 측이 더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했지만 약 17% 지분을 지닌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소액주주들의 표심은 4~5%포인트 차이로 형제들의 손을 들어줬다.
제약 업계에서 이종 기업 간 결합이 성공한 선례가 없다보니 소액주주들이 통합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OCI가 인수한 뒤 부광약품 실적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것도 소액주주들의 결정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 측이 승기를 잡으면서 향후 이종 간 결합 없이 자체적으로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비전을 어떻게 실현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임 사장은 주총을 일주일여 앞두고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면 1조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한미약품그룹을 시가총액 50조 원 수준의 글로벌 리딩 제약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조 원 달성 비전 목표도 제시했다.
임 사장 측은 향후 다품종 소량의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에 나서 실적 성장을 실현시켜 나갈 계획으로 전해진다.
통합이 무산되면서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당초 송 회장은 현실적으로 상속세 마련이 쉽지 않아 OCI와 통합을 추진한 터라 고민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분을 보유한 21명의 오너 일가 중 14명이 담보대출을 받고 있다. 담보대출비율은 약 54%. 오너 개인별로는 임종윤 사장이 주식의 89%를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임성기 회장 별세 후 가족들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5400억 원에 달한다.
임종윤 사장은 주총에 앞서 “상속세 재원 문제로 개인이 내 집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면 경영하면 안 된다”며 “세금에 대한 문제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잘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주현 부회장은 자신이 임 사장에게 대여해준 266억 원을 즉시 상환해 달라고 촉구하며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임종윤 사장은 “향후 주요 키워드는 네버 어게인(Never Again), 다신 이런 일(가족 간 분쟁)은 없을 것”이라며 “한미사이언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공격받는 과정에서 목표 등에 대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주주환원 등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종윤 한미헬스케어 대표도 “회사 발전에 집중하고 겸손한 모습 보이겠다. 가족들과 다시 함께 발언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은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