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수원에 사는 이 모(여)씨는 10개월 된 얼음 정수기가 고장 나 AS를 받던 중 끔찍한 상태를 목격했다. 정수기 내부 얼음 통에는 물때와 붉은빛의 물곰팡이가 잔뜩 끼어 있었다. 물 나오는 노즐에도 물때가 끼어 물줄기가 옆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씨는 “그 동안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았는데도 정수기 위생 상태가 이럴 줄은 몰랐다”며 “업체에서는 너무 당당하게 ‘케어 한 번 더 해주겠다’며 무마하려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부산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2020년 매장에 정수기를 설치했다. 두 달에 한 번씩 점검을 받았는데, 최근 바뀐 담당자가 구조상 물탱크 내부 청소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전에도 물탱크를 청소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는 이 씨는 “이번에 탱크 내부 사진을 보니 부유물이 떠다니고 불순물이 쌓여 있는 등 4년간 한 번도 청소 안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더라”며 기막혀했다.
#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2023년 안마의자를 5년 렌탈로 계약했다. 제품 작동시 불편이 느껴져 고객센터에 수리를 요청했고 두 번이나 기사가 다녀갔지만 고장은 여전했다. 기사는 “AS로는 더 이상 고칠수 없다”며 돌아갔다. 본사 측 담당자도 “고질적인 결함이라 수리가 불가하니 소모품 할인권 등 다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무조건 정상적으로 수리해달라 요청했지만 자기네는 아무것도 도와줄 게 없다더라”며 억울해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가전 렌탈 업체에 제기된 소비자 불만 가운데 ‘서비스(24.9%)’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렌탈 제품은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정기 점검 등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불편을 겪기 때문에 민원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렌탈 업체 10곳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소비자 불만을 분석한 결과 코웨이의 민원 점유율이 3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쿠쿠홈시스가 27.8%로 뒤를 이었다.
코웨이는 상반기 매출이 1조 원 대(1조5030억 원)에 달해 10개사 총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원 점유율은 30%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민원 관리 수준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SK매직은 상반기 매출 3787억 원을 거둬 매출 규모와 민원 점유율이 비례했다. 쿠쿠홈시스는 상반기 매출 3600억 원으로 업계 3위인데 민원 점유율은 27.8%로 뒤를 이어 규모 대비 다소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분기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청호나이스(4529억 원), 현대렌탈케어(1164억 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을 고려할 때 SK매직과 마찬가지로 규모와 민원 점유율이 비례했다.
안마의자를 주력으로 렌탈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종합렌탈업체에 비해서는 민원 점유율이 낮았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바디프랜드와 세라젬의 지난해 민원점유율도 5%, 3.4%로 한자릿수 비율에 그쳤다. 휴테크(2.6%)와 코지마(1.5%), 브람스(0.2%)도 각각 한자릿수 비율로 낮게 나타났다.
민원유형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렌탈을 이용한 소비자들은 ‘서비스’에 24.9%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어 ▲품질 21.1% ▲불완전판매 20.1% ▲계약해지 13% ▲AS 12.3%로 나타났다. 환불·교환(5.1%)과 이전·설치(2.7%)는 각 한자릿수로 집계됐다.
렌탈은 정기적으로 관리받는 서비스가 핵심이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불만이 집중됐다. 렌탈 관리 직원의 방문 점검이 치일피일 밀리는데 시스템상엔 '관리 완료'로 돼 있어 특히 원성을 샀다. 제품 관리를 받았는데도 정수기 내 곰팡이가 생기고 이물이 나오거나 공기청정기 등에서 먼지 같은 이물질이 나왔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많은 통화량으로 인해 고객센터 연결이 장시간 지연돼 민원을 교환이나 환불 등 접수조차 하지 못했다는 불만도 줄을 이었다.
품질과 관련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정수기는 냉수·온수가 제때 나오지 않거나 소음이 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안마의자는 가죽 시트가 손상돼 있거나 반복적인 작동 오류, 소음 등이 주요 품질 하자로 거론됐다. 매트리스의 경우 꺼짐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공기청정기는 필터가 제대로 먼지를 걸러주지 못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불완전 판매의 경우 민원 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15%) 대비 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주로 상담원이나 관리직원 불찰로 렌탈료나 렌탈 기간, 제품 성능 등을 잘못 안내해 추후 피해를 입었다는 불만이다. 또 렌탈 계약 시 약속받은 사은품을 받지 못하거나 제휴카드 혜택이 실제보다 축소됐다는 민원도 있었다.
계약해지의 경우 렌탈 중도 해지 시 여러 항목들이 포함돼 과도한 해지 위약금을 물었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특히 제품 단가가 높은 안마의자의 경우 업체별로 기본 위약금과 철거비, 등록비, 소모품비 등을 물리면서 위약금이 100만 원 이상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 군입대나 이민, 사망 등으로 해지하는 경우에도 위약금이 청구돼 불만이 제기됐다. 일부 렌탈 업체는 가족 간의 명의 이전만 허용해 불만을 샀다.
AS는 반복적으로 수리를 받았지만 또 다시 동일한 하자가 발생했다는 민원이 주를 이뤘다. 이를 이유로 본사에 교환 및 환불을 요청했지만 무상보증기간이 지나거나 수리를 몇 번 더 받아야 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했다는 불만이 잇따랐다.
이전설치의 경우 제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안내받은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청구받거나, 제품을 옮기는 거리와 무게 등을 이유로 과도한 이전설치비를 요구받는 경우 등이 피해 사례로 제기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